ECB 540조원 규모 회사채 기후정보 공개…“친환경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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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540조원 규모 회사채 기후정보 공개…“친환경 투자 확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3.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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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보유 회사채 탄소배출량 첫 공개
작년 총 60메가톤…자산증가폭 대비 절반
“친환경 기업 투자비중 더 확대할 것”
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출처=크리스틴 라가르드 SNS]<br>
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출처=크리스틴 라가르드 SNS]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사채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통화정책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기후행동계획'을 발표한 지 2년여 만이다. ECB가 보유한 회사채는 작년 말 기준 우리 돈 약 540조원에 이른다.

결과는 고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포트폴리오 탄소집약도(100만 유로당 284톤)는 5년 전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CB는 지난 2016년부터 통화완화 정책의 일부로 회사채 매입에 돌입했다. ‘CSPP(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corporate sector purchase programmes)’로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중앙은행은 ‘펜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추가 도입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이 보유한 총 회사채 자산은 2018년 1731억 유로에서 2022년 3852억 유로(540조원)으로 5년간 두 배(123%) 넘게 불어난다.

최근까지 은행은 시장 중립성을 원칙으로 기후변화 요인을 회사채 매입 과정에 고려하지 않았다. 이 원칙은 파리협정이 적용되는 2020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후 마지노선(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도 함께 커졌다. 영란은행(BOE) 주도로 만들어진 글로벌 협의체 녹색금융 협의체(NGFS)는 지난 연말 기후변화로 세계 GDP가 평균 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배경에 지난 2020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존 통화정책 원칙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융시장에서 채권 가격을 상대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중립성' 원칙을 최우선 가치로 고수해왔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장 중립성을 통화 정책 포트폴리오 관리의 실질적 원칙으로 고수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ECB]

이듬해 ECB는 첫 기후행동 계획을 발표한다. 기후변화를 통화정책 과정에 반영한다는 포괄적인 원칙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회사채 투자를 중단한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원금의 친환경 기업 재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철강, 시멘트 등 고탄소 집약 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진 않았다. 이들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돕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은 향후 도래할 재투자 분이 연평균 300억유로(약 40조원)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5년간(2018~2022) 중앙은행의 전체 회사채 자산이 123% 증가한 가운데 총 탄소배출량은 단 62%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산에 대한 탄소 집약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2018년 100만 유로당 385톤이던 탄소집약도는 2019년 332톤, 2020년 310톤, 2021년 292톤, 2022년 284톤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재투자를 시작한 지난 4분기 투자자산은 앞선 3개 분기 대비 65% 낮은 탄소집약도를 나타냈다. 향후 재투자분이 늘어날수록 저감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ECB는 향후 친환경 기업 투자비중을 더 늘리고 회사채 외 자산에 대한 기후투자 원칙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ECB는 빅스텝을 밟은 지난 2월 통화정책 설명문에서 회사채 재투자 과정에서 기후변화 요인을 더 강력하게 반영하겠다('more strongly')고 강조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ECB 총재는 “이번 최초 공개를 넘어 정보 공개 범위와 질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회사채 외 다른 자산군에 대한 배출량 정보도 공개할 것”이라며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B투자증권 강대승 연구원은 “채권투자에서도 기업들의 탄소 효율성을 고려한 비중 조절 전략이 점차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ECB, BOE 등 공적기관들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여타 자금운용기관들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2050년 탄소 중립 포트폴리오 구축을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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