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별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업계 확립된 관행”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올해도 시작됐다. 올해 첫 변론기일(8차)에서는 재판부도 변경됐지만, 양사는 여전히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3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전날 법정 다툼에서 양측 입장이 엇갈린 핵심 쟁점은 ‘피어링 방식 구분에 따른 유무상 여부’로 압축된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전용회선을 제공하는 방식을 두고 넷플릭스는 ‘업계 관행상 합의한 무상’의 피어링 방식이라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유상의 독점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라고 맞불을 놨다.
양사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어링’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인터넷 연결은 일반적으로 피어링과 트랜짓으로 나뉜다.
피어링은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인터넷 서비스 공급자)가 CP(콘텐츠사업제공자)와 같은 고객에게 트래픽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피어링은 보통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 규모 등 상호접속을 통해 얻는 이익이 비슷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피어링의 유형 가운데 퍼블릭 피어링은 다자간 소규모 용량 전송을 전제하고 프라이빗 피어링은 독점적인 일대일 연결, 고품질 대용량 전송을 전제로 한다.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퍼블릭 피어링을 통해 망이 연결됐지만, 넷플리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뒤로는 원활한 트래픽을 위해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변경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연결방식의 변화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 여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라며, “넷플릭스가 이전 방식에서 합의된 사안을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높은 트래픽을 차지하는 고화질 콘텐츠는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 필수적”이라며,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반대로, 넷플릭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피어링은) 상호 합의에 따른 무상이 그 원칙”이며, “망 연결지점까지의 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는 무정산 피어링의 합의는 인터넷 업계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무정산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서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자사와 피어링 방식으로 망을 연결해 국제망과 국내망에서 트랜짓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피어링도 유형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내법을 근거로 반박했다.
프라이빗 피어링은 전용 회선을 이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상 계약이 필수라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측이 인터넷 기본원칙이라 주장하는 사항들은 관행일 뿐 법적 규범으로 승인됐다고 볼 수 없다”라며, “오히려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프라이빗 피어링’을 상호접속 개념으로, 유상으로 간주한다”라고 반박했다.
양사의 망 사용료 소송은 SK브로드밴드가 지난 2019년 넷플릭스의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망 부담이 크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낸 것이 그 발단이었다.
이후 넷플릭스가 2020년 망 비용 지불 의무가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공방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이날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 규모 산정’을 2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 측 주장을 청취하고 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열릴 재판에서는 피어링 유상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