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자회사 발전 위한 버팀목 자처
“관치금융 꼬리표 무색할 정도로 화끈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특히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과 ‘자회사 발전을 위한 버팀목’이라는 방향성에 맞춰 속도감 있는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사를 통해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동시에 지주를 자회사 경영의 응원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2가지 방향성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첫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립하며, 둘째 지주가 자회사 발전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우려와는 달리 과감하지만 확고한 색채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고 은행장 선임 권한을 내려놨으며 과감히 총괄사장제(2인),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했다.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혁신 TF를 신설하고 자회사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모든 일이 취임 전과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발표된 사항”이라며 “관치금융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준비된 인재로서 화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신임 회장이) 정식으로 내정되기 전부터 굉장한 워커홀릭 성향을 가진 분으로 알고 있었다”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취임이 늦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과감히 조직을 개편해 나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원샷 조직인사 개편을 단행해 조직 내 큰 혼란이 야기되는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
우선 임종룡 회장은 이사회 구조를 개편했다. 사외이사수가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축소됐으며, 감사위원회는 3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임기가 만료되는 4명 중 3명을 교체했으며,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키움증권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우리금융 측은 금융권 전반의 쇄신 분위기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이후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 특성을 감안해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뜻을 보이며 지주 조직을 슬림화하고 정예화했다. 총괄사장제(2인),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했으며 기존 11개 부문에서 9개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지주 임원이 11명에서 7명으로 줄었으며 6명을 교체 임명했다. 지주 전체 인력을 약 20% 감축했으며 회장 비서실(본부장급)도 폐지했다. 9개 지주 부문장에 본부장급 인력 2명을 과감히 발탁 배치하기도 했다.
더나아가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혁신 TF를 신설했다. 해당 그룹은 기업문화혁신을 위해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내부통제 강화, 경영 승계프로그램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또한 임종룡 회장은 은행장 선임 권한을 내려놓았다. 기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강화해 외부 전문가가 차기 은행장을 선임하도록 개편했다. 그동안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논의하고 선임했던 절차와는 달리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1차 후보군으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 선정됐다. 이들은 현재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취임과 함께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조직혁신”이라며,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시행한 경험을 토대로 경영진 선발을 위한 경영승계 프로그램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으로, 하나의 아젠다로 다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 지주 중심에서 자회사 중심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재임 2년 이상이며 임기만료가 된 자회사 대표를 전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올해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임종룡 회장의 조직개편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자진 사임했다. 임종룡 회장 취임 시기에 맞춰 새로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이를 공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 셈이다.
우리금융 측은 조기에 과감한 경영진 인사 및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만큼, 임종룡 회장이 그려온 경영 로드맵대로 빠르게 영업속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자회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운영한다. 개별 자회사 실무자가 보유한 준법감시 역량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강화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지주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외부 전문가가 아닌 자회사 실무자로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강조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개별 자회사가 가진 준법감시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주의 영향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생겨나는 여러 부작용과 문제들을 조기에 차단하고 방지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회사 실무자로 그룹 내부통제 현황을 확인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과정을 통해 지주에서 자회사로 일방통행적인 소통이 아닌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도록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은 ‘그룹 내부통제 전문가과정’을 신설했다. 연세대 법무대학원과의 MOU를 통해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이 역시 임종룡 회장의 새로운 조직혁신과 미래경쟁력 확보라는 경영전략을 반영됐다.
해당 과정은 실무 담당자를 위한 중요 금융법제 3개월 교육과 임원·부서장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개정 특강으로 운영된다. 또한 내부통제 현안에 맞는 실효성 있는 교육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영택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