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전문가, "'암묵적 차별'에 유의·노인 아우르는 방안 모색해야"
외식업계가 키오스크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며 무인매장시스템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대외 환경 변화로 늘어난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키오스크 매장 확대가 노인들을 향한 ‘암묵적 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노인들에게는 사람이 아닌 기계를 대면하는 무인매장이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키오스크 매장을 확대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차별’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무인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꿈같은 일이라는 것.
실제로 최근 무인매장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A씨(65세)는 <녹색경제신문>에 “내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계 주문은 익숙하지 않다”며 “설명을 해줘도 한 번에 이해하기가 힘들어 직원이 없는 매장에 방문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 매장을 늘려나가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키오스크 매장 운영이 기업에 경제적인 이윤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한다. 원부자재값과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무인점포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이미 176억3000만 달러(약 23조3000억원)를 넘어섰고, 오는 2027년엔 339억9000만 달러(약 44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국내 외식 체인의 경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페스트푸드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자주 방문하는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브랜드들까지 이미 주요 결제 시스템을 자동화 주문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특히 롯데리아 무인 점포의 경우 결제뿐만 아니라 픽업까지 전면 비대면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해당 매장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은 젊은 층들로 부터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민영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노인임상상담 교수는 이를 두고 노인을 향한 ‘암묵적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암묵적 차별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더 어렵고 미묘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우리 사회가 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 연구자 도비디오(Dovidio) 등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차별은 ‘명시적 태도’와 ‘암묵적 태도’의 두 층위로 구성된다. 뒤따른 연구들에서도 ‘사회적 바람직성’ 때문에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명시적 태도’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는 ‘암묵적 차별’은 존재할 수 있다고 제시된 바 있다.
또한 '암묵적 연령 차별'은 노인들의 우울 등 심리적 안녕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국가 차원에서 노인들의 키오스크 교육 등을 지원하고는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편의성을 높이기엔 규모나 접근성 부분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앞으로 국가뿐 아니라 외식 업체들 차원에서도 노인을 향한 차별을 지양하고 포용하는 방침이 더욱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