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협상 잠정 합의했으나
단기국채 발행 위험 존재
韓 추경·금리인상 불안도 여전
금리인하 기대감에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기대와 달리 한미 국고채 금리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서 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미 부채협상과 같은 이슈가 일단락됐으나 공급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단기간 내 금리인하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한 달간 채권시장을 괴롭힌 이슈는 크게 ▲미국 부채협상 ▲국내 추경(추가경정예산) ▲금융통화위원회 3개다. 가장 큰 파급력은 가진 건 부채협상이었다. 예상보다 더딘 진척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됐다.
국고채 금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미 10년물 국채는 현지시각 25일 3.81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동일 대비 41bp(1bp=0.01%p) 오른 크기다.
다만 지난 주말 미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부채한도 상향에 잠정 합의하면서 파국은 피한 모습이다. 10년물 금리도 30일 하루 동안 11bp 내리는 등 안정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을 흔들던 추경, 금통위 이슈도 해소되는 흐름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로 더 빚을 내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 집행을 원활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통위는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순조롭게 끝나는 듯 보였으나 채권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미 부채협상이 최종 타결될 시 부채 상환을 위해 단기 국고채 발행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공급이 늘어나면서 채권가격이 단기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부터 신규 채권투자를 중단한 양적긴축(QT) 정책에 돌입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량을 받아낼 최대 주체가 부재하면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채권시장의 차기 이슈는 협상 타결 후 미국 단기국채 발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반기 미국 국채의 수요 여건은 타 기간 대비 부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미국 국채의 최대 매수 주체인 연준의 역할이 QT로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논의를 제안한 점도 변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열린 원내회의에서 "전기 요금이 1년간 40% 가까이 오른 가운데 올해 역대급 폭염이 예고돼 냉방비 걱정이 벌써 커지고 있다”며 "취약계층 에너지 추경 편성을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개선이 지체되면서 세수 유입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경우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세수가 좋지 않다는 것은 계속 말해왔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세수 규모의 변동성이 있기에 특정 시점을 갖고 올해 흐름이 얼마라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큰 세목의 가닥이 잡히는 8월에 재추계 결과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금통위도 여전히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회의에서 금통위 위원 6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는 3.5%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후 열린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런 배경에 지난 30일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일제히 상승했다. 3년물은 3.6bp 오른 3.56%에 마감했다. 현 기준금리보다 6bp 높은 수치다. 10년, 30년물 국채는 각 1.2bp, 2.3bp 오른 3.651%, 3.68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형 ETF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 최근 1주일간 ‘KODEX 국고채3년’,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수익률은 -0.51%, -4.44%를 기록했다. 미 국채 펀드인 ‘KODEX 미국채10년선물’,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수익률은 같은 기간 -1.22%, -0.57%다.
다만 채권금리를 끌어올린 3가지 이슈가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시장금리 상승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부채협상이나 추경 등에 따른 변동성을 선반영한 부분이 있는 탓에 추가적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해석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실제로 추경이 편성되고, 연준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금리 전망의 하단을 5~10bp 올려 잡을 필요는 있겠으나 아직은 이번 주 확대된 변동성이 판을 뒤집을 만큼의 파급력은 없어 보인다”라며 “금리를 끌어올린 세 가지 재료 중 두 개는 종료되었거나 일단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