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생보 시책 경쟁 최대 1190%
이에 따라 설계사 이탈· 승환계약 ↑
2000년 이후 보험시장의 경영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TM/CM 영업,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판매 채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중 GA 성장이 두드러졌다.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GA 채널이 핵심 판매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GA 채널은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채널 다변화를 통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보험사의 비용효율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이러한 이유에 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 설립, M&A(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올 1월 피플라이프 인수를 통해 3개의 거대GA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보험사들이 GA 채널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고객의 니즈변화, 보험사 비용효율성 추구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국내 보험시장에서 GA 채널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GA의 현 주소와 한계, 미래를 짚어본다.
보험업계에서 GA(법인보험대리점)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판매 인력을 늘리기 위해 시책 경쟁이 과열되는 등 GA 관련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26일까지 금융사가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제재 106건 중 52건이 GA 관련 제재로 나타났다. 금융사 제재 건수 중 절반을 차지하며 5개월 만에 지난해 제재 건수(52건)를 따라잡았다.
주요 내용은 보험 영업 및 보험사기에 대한 징계다. 보험상품에 대한 중요 사항을 알리지 않는 등 부정 영업을 단행한 설계사와 대리점에 대한 징계가 많았고, 보험업 종사자의 보험사기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GA 소속 설계사는 최적의 보험상품을 비교 분석해 제시하지 못하고, 높은 수수료 위주의 상품만을 제시하는 실무상 관행이 여전하다”며 “소비자의 요구에 부적합한 보험상품 권유로 인한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대리점 소속 설계사의 상품이해도 및 높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자격제도가 필요하나 관련 제도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업체 간 보험상품 판매를 위해 시책 경쟁이 과열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먼저 손보사를 살펴보면 KB손보가 이달 가장 큰 시책을 내걸었다. 인보험 기본 시상이 200%를 포함하고 최대 1190%다. 메리츠화재는 1050%, 현대해상은 750%, DB손보 850%를 제시했다.
생보사들도 단기납 종신 신계약 판매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책을 올리고 있다. IFRS17(새 회계기준)의 수익성 지표인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확보하려면 보장성 상품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CSM은 미래예상가능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이달 ‘실손종신보험 Plus’ 7년 납에 450%, ‘든든한실속 종신 보험에 400%를 내걸었다. 삼성생명은 7년납 종신에 320%, 5년납 280%, 한화생명은 5년납, 7년납에 지난달과 같게 400%를 지급한다.
시책이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이다. 과열되는 시책 경쟁에 금융당국은 2021년 설계사에게 1년 안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시책이 월납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는 1200%룰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보험사가 아닌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나, 시책은 룰에 포함되지 않는 허점이 존재하는 탓이다. 13회차에 몰아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차익거래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00% 룰이 보험사의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GA는 이런 보험업감독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1200% 룰을 이용해 GA가 보험업법의 규정된 법을 위반하고 영업했다면 금융당국은 그에 따른 조치를 결정할 수 있으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한 제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수료 중심의 부당영업행위를 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제도 효과가 사라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대형 GA 수수료 수입은 생보 1조1054억원, 손보 2조4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6.2% 증가했다. 수수료 수입은 GA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다.
이러한 시책 경쟁은 설계사 이탈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상위 GA의 13개월 차 평균 설계사 정착률은 59.3%다. 전년 대비 5% 상승했으나 1년 새 10명 중 4명이 이탈한다는 의미다.
낮은 정착률은 ’승환계약‘이 일어날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 승환계약은 설계사가 타 회사로 옮기면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약한 뒤 새로운 회사의 보험계약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험연구원 백영화 연구원은 “2019년과 2021년에는 보험사들이 부당 승환계약을 이유로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GA 영업에 있어서 부당 승환계약 등 모집질서 위반 사례들도 적발되고 있다”며 “금감원은 GA 영업 전반에 대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부당승환 계약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내용을 2021년도 보험 검사 업무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에는 한화라이프랩, 키움에셋플래너, 어센틱금융그룹 등의 기관과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에 관련 문제로 과태료와 개선사항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 밖에도 최근 GA 설계사의 승환계약 문제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에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며 금감원의 내부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연구원 오병국 연구위원은 “GA 대형화 및 영향력 확대 등으로 인해 대형 GA 내부 통제시스템의 실질적인 집행 및 관리 현황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며 “대형 GA는 개정된 비교·설명 가이드라인을 소속설계사가 상품 판매과정에서 충술히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