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SK종합화학 등 6개社, 지난 3년간 환경투자 비용 1조 887억원
2020년 환경부 협약 당시 계획 比 4000억 ↑...“오염물질·탄소 저감 위해 지출 높아져”
LG화학·롯데케미칼·SK종합화학·여천NCC·대한유화·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국내 6대 석유화학 기업의 최근 3년간 환경투자 비용이 총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계획보다 4000억원가량 초과한 규모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이 입수한 환경부의 ‘6대 석유화학 기업 주요 환경개선 투자실적(2020-2023)’에 따르면 LG화학을 비롯한 6개 기업의 3년간 환경투자 비용은 총 1조 887억원으로 집계됐다.
계획보다 4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석화 산업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그 유해물질을 없애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느라 지출 비용이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석유화학은 공정상 유해물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유해물질을 없애는 과정에서 또 탄소가 발생된다”며 “환경 규제 때문에 산업공정상 유해물질과, 유해물질 감소 과정에서의 탄소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말처럼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자연스레 매출 규모와 환경투자 규모가 거의 비례한다.
LG화학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환경개선 설비에 3010억원을 써 6개 기업 중 근소한 차위로 환경 설비 투자 규모 2위을 차지했으며, 매출은 2022년 3분기 기준 석화업계에서 1위다. 환경투자에 3037억원을 쓴 롯데케미칼은 매출 4위, 대한유화는 6개 업체 중 제일 작은 규모인 357억원을 환경설비에 투자했고, 매출 또한 18위로 상대적으로 적다.
환경투자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규제 강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일각에서는 평가한다. A씨는 ”환경부 규제는 5년마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오염물질의 ‘농도’만 규제했다면, 이제는 오염물질의 ‘농도’와 ‘배출량’을 동시에 규제한다”며 “즉, 농도를 더욱 낮춰야 ‘전체 배출량’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가 환경 설비를 늘린 배경은 규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혹은 행정처분까지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행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수익 추구’라는 기업 본질과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RTO(Regenerative Thermal Oxidizer. 폐가스연소설비)가 환경설비 중 최근 수요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에코프로의 환경 설비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B씨는 “RTO가 효율이 좋아서인지 가장 많이들 쓴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자료의 6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RTO를 주요 투자 내용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RTO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와 탄소저감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결국 고민은 기업의 몫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씨는 “환경부 안에 온실가스 부서와 오염물질저감 부서가 이원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문제를 조율하느라 사업장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녹색경제신문>은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최근 해당 자료를 입수하게 됐다.
앞서 2020년 5월 26일 환경부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여천NCC, 대한유화, 한화토탈에너지스와 2023년까지 4년간 6000여억원의 환경투자를 확대하기로 협약했다. 이번 정보공개청구는 환경부와 6개 석화 기업이 약속을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주요 투자 내용으로는 SCR(질소산화물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장치), 저녹스버너(공기양 유지로 연소량을 조절해 질소산화물을 억제하는 설비), RTO(열을 보존함으로써 지속적 연소를 가능케하는 열산화 시설), 스크러버(폐가스를 물에 녹여 오염원을 저감하는 장치) 등이 언급됐다.
해당 사업장은 울산, 여수, 대산에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여수에서는 6265KTA(Kilo Tons per Annum)의 에틸렌이 생산된다. 대산에서는 3825KTA, 울산에서는 1660KTA의 에틸렌이 만들어진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