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선택과 집중' 아래 체질 변화...스마트폰 등 사업 정리
- 전장 사업 흑자 전환 및 가전-배터리-OLED 등 경쟁력 강화
- '미래 준비' 및 '고객 가치' 강조...선대회장의 경영철학 계승
- 실적 강화는 물론 미래 먹거리 확보, 대규모 투자 등 과제 산적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는 가운데 앞으로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 미래 먹거리에 54조원을 투입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구광모 대표는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아래 LG그룹의 체질을 바꾸는데 주력해왔다. 적자가 누적되던 스마트폰, 태양광 등 사업은 과감히 철수했다.
반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전, 배터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주력사업은 글로벌 1위로서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있다.
구광모 대표가 오는 29일 취임 5주년을 맞이하지만,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기침체 등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하반기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대표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후 귀국했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 해 6월 29일 회장직에 올라 LG그룹 경영을 승계했다.
구광모, 취임 후 '미래 준비' 나서 "미래 준비는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취임 이후 구광모 대표는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미래 준비'와 '고객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구광모 대표는 "미래 준비는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의 올해 5월 기준 자산총액은 171조2440억원으로, 취임 전인 2018년 123조1350억원 대비 39.1% 급증했다.
계열사 수는 70개에서 LX그룹 분리로 인해 63개로 감소했다. 반면 LG전자 LG화학 등 7개 상장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고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에서 8조2200억 원으로 77.4%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규모는 구광모 대표가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88조 1000억 원에서 올해 6월 26일 기준 241조981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여성 임원은 2018년 29명이었는데 올해 6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LG그룹 상장사 11곳의 직원 수는 2018년 11만2395명에서 지난해 12만953명으로 8558명(7.6%) 증가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LG전자의 VS사업본부의 전장 사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3사의 올해 전장 사업 수주 잔액은 120조원이 넘는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리한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으로 고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할 정도로 LG그룹 내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LG그룹은 2026년까지 창사 이래 최대인 106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투자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48조원을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구광모 대표는 차세대 먹거리인 A(인공지능), B(바이오), C(클린테크)를 중심으로 집중 투자한다. LG는 앞으로 5년간 ABC를 비롯한 미래차,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약 5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는 기술 혁신과 인재 확보를 위해 5년간 AI·데이터 분야 연구개발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통한 신약, 신소재 등 미래 기술 개발로 인류의 난제 해결에 나선다.
바이오 부문에서 LG화학은 미국 FDA 승인 신약 5개를 보유한 매출 2조 규모의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우뚝 설 계획이다. 양극재 등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도 지속 강화한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4월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아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 기반이자 또 다른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선도적 경쟁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광모 대표가 '고객 가치'를 지속 강조하는 것은 LG 선대회장의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등은 '고객가치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CX(고객경험) 조직을 신설·개편함으로써 사업 역량을 대폭 확대했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DX(디지털전환)기술을 선도하며 고객가치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것.
구광모 대표는 그간 40대 초반 나이에 총수에 올랐던 터라 '조용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46세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대내외 현장행보에서 젊은 수평적 리더로서 혁신적인 모습이 기대된다.
구광모 "LG의 꿈은 사람들의 삶에 행복한 경험을 드리고 상상을 더 나은 미래로 만드는 것"
실제로 구광모 대표는 지난 3월 국내 이공계 R&D 인재 초청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 검은색 후드티에 흰색 운동화, 청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AI 소개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구광모 대표는 "LG의 꿈은 사람들의 삶에 행복한 경험을 드리고 상상을 더 나은 미래로 만들어 모두가 미소짓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대표는 올해 들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필두로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잇단 해외 출장에 나서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광모 대표는 여전히 실적 강화는 물론 미래 먹거리 확보, 대규모 투자 등 과제가 많다. 미국·중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함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경제 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5월 31일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조직문화 강화, 즉 구광모 경영 스타일이 잘 드러날 수 있고 MZ세대에게 통하는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는게 필요하다"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보상 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바꿔가야 한다. 최고 실적은 최고 인재 확보에 따라 결정되는데 사장 보다 보수를 더 많이 받는 임직원도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