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전장부품·FC-BGA 지목...라인업·생산성 확대 집중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LG이노텍이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의 투트랙 전략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부품사로서의 도약을 가속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에서의 성공을 밑거름 삼아, 차세대 반도체 기판부터 미래차 수요를 위한 전장부품까지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 애플 의존도 심하다?...“카메라모듈 케파 투자는 지속할 것”
LG이노텍이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의 주요 공급사로서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그간에도 종종 제기돼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기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 차지하는 비중은 약 77.2%에 달했으며,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제공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경우 매출의 94.7%가량이 애플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0년 74%에서 2021년 79.3%, 지난해에는 81.5%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이 나쁘지만은 않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의 요구를 모두 충족해줄 만큼, 부품 공급사로서의 우수함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LG이노텍은 지난 2010년 아이폰 모델에 5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처음 공급한 이래로 13년째 애플과의 신뢰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LG이노텍은 애플의 차세대 디바이스 ‘비전프로’ 등 확장현실(XR)·가상현실(VR) 신제품까지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애플로부터 선택받은 부품사’를 타이틀로 내세워 고객사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메라 모듈 케파(생산능력) 투자도 지속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LG이노텍은 최근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1조 3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해당 법인에서의 카메라 모듈 케파는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베트남 생산법인은 LG이노텍의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로,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경북 구미, 경기도 파주 등 국내 카메라 모듈 사업장은 고부가 카메라모듈 및 신규 애플리케이션용 광학부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정철동 사장은 “당사는 국내외 공급망을 탄탄히 다지며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로 LG이노텍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미래차 시장 공략 가속...전장부품 흑자전환 임박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정철동 사장이 스마트폰을 넘어 회사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전장부품이다. 초기 투자 비용으로 아직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마다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는 2020년 영업손실 305억원에서 2021년 576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165억원으로 그 폭을 크게 줄였다. 올해는 첫 영업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품질 측면에서만큼은 이곳 미래차 시장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는 LG이노텍이다. 올 초 처음 오픈 부스로 참가한 CES에서도 최첨단 부품들의 라인업을 공개해 세계 수많은 글로벌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이날 행사에서 부스 중앙에 자율주행 관련 전장 부품 16종이 들어간 자율주행차량 모형(Mock-up)을 설치하고, 실제 탑재된 위치에 맞춰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그간 개발한 카메라 모듈과 최첨단 전장 기술이 적용된 레이더 모듈의 장점을 융합한 ‘센서 퓨전(Sensor Fusion)’ 솔루션 역시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플렉시블 입체 조명인 ‘넥슬라이드(Nexlide)-M’ 개발 소식도 전했다. 기존 제품 대비 4배 밝아졌으면서도 부품의 수는 최소화한 것이 강점으로, 두께 역시 기존 대비 30% 수준인 8mm로 줄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차량 조명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이노텍측은 “‘넥슬라이드-M’을 내세워 글로벌 차량 조명 시장선점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프리미엄 차종일수록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해 초부터 LG이노텍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량에 1조원대 규모의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해당 보도 관련 내용을 협의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으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정철동 사장은 반도체 기판소재사업에서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를 새 먹거리로 지목하고,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작년 6월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경북 구미 공장에 올 4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FC-BGA 신공장을 설립 중이다.
FC-BGA는 PC, 서버, 네트워크 등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특히 고성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차세대 기판 중 하나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이번 신공장을 통해 네트워크/모뎀용 및 디지털TV용 FC-BGA 기판에서 나아가 PC/서버용 제품 개발에도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략을 내놨다.
정철동 사장은 올 초 열린 구미 FC-BGA 신공장 설비 반입식에서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LG이노텍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