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연속…3.5% 유지
가계대출 3개월 연속 상승
증권가 “내년 1분기 인하 예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동결하면서 가계부채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가계부채 잔액은 106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를 첫 동결한 지난 2월 이후 가계부채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3.5% 동결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전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는 등 물가가 안정적인 궤도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도 취약차주 연체율 상승, 금융권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 등에 금리동결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자칫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영향이 컸다.
문제는 잇단 금리동결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9000억원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증가폭은 지난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가계 빚이 다시 쌓이면서 잔액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금액은 1062조3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 영향이 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달 7조원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증가폭은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전세자금대출은 7개월 만에 1000억원 증가 전환하기도 했다.
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주택가격마저 내리면서 신규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연초 대비 1~2%p가량 내려간 상태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윤옥자 시장총괄팀 차장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더해져서 작년에 부진했던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택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은행 주담대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은 증가폭을 키웠으나 기업 대출은 반대로 축소됐다. 6월 대기업,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5조5000억원 늘어났다. 4월 7조5000억원, 5월 7조8000억원 대비 큰 폭 하락한 모습이다.
지금과 같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도 덩달아 늦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섣불리 인하에 나섰다가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킴엥 탄 상무는 “가계 부채 수준은 한국이 전 세계 3위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 부채 문제와 맞물려 경기가 둔화하거나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가계부채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옵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통위원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정책금리인상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 취약차주 대출, 유가증권 투자 및 유동성 관련 잠재 리스크 부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하반기 수출 경기 회복으로 경기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금융 안정과 관련한 위협 요인들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당사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라며 “특히 주택 가격의 급락이나 금융 기관 부채의 연체율 상승으로 1분기 중 금통위가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