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무용론 대두
“지적재산권 보장 필요”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애널리스트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두 달간 증권가는 에코프로에 대한 리포트 발간을 중단했다. 주가가 증권가 예측을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애널리스트 무용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에코프로는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에 등극했다. 주가는 1년 만에 800% 증가했다. 그러는 동안 증권가에선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아무런 투자 리포트가 나오지 않았다. 매도 리포트 사건이 컸다.
하나증권 김현수 연구원은 지난 5월 에코프로에 대한 ‘비중 하향’ 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2차전지 산업의 미래 실적 가시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면서도 "이를 감안하더라도 (주가 반영 시점이) 60개월, 84개월 후까지 나아가는 것은 막대한 리스크 부담을 요한다"고 말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투자자들의 민원에 김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는 지속됐고 주가는 모든 증권사 전망치를 웃돈 100만원을 돌파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증권가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이 떨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그간 매수리포트에 치우친 의견을 내면서 누적된 불신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지난 1년간 1만5466개의 리포트를 발간했는데 이 중 매도 의견은 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애널리스트 신뢰 회복을 위해 매도 리포트 비중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섣불리 매도 리포트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분석 기업이 NDR(기업설명회)이나 실사 방문을 거부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한 독립 리서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통해 투자 리포트가 무료 배포되면서 독립 리서치의 수익성이 바닥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리서치알음 최성환 대표는 “미국에는 리서치 유료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피델리티, 모닝스타, 팩트싯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유통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애널리스트 자료는 모두 무료로 제공돼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리서치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보고서를 유료화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최 대표는 “리포트가 유료화되면 매도 보고서도 많이 나오고, 중·소형주 발굴도 늘어날 것이다. 보고서 열람에 1만원이 책정되더라도 많은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양질의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서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 피델리티, 모닝스타, 팩트싯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료 리서치 보고서가 유통되고 있다. 미국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90%를 넘는다.
다만 애널리스트 스스로 신뢰를 훼손한 이유도 있다. 증권사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한 신뢰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한 중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해 기소 의견을 송치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리포트 발표 전에 차명의 증권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수했다가 리포트 발표 후 주가가 오르자 매도해 약 5억 2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함용일 부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올바른 리서치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일치된 문제 인식과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금융당국은 리서치부서 독립성 제고를 위한 애널리스트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연경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