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순이익 2.1조원 추정
지주사 자본비율 문제 없어
“매년 1조원 이상 주주환원 예측”
메리츠금융지주의 통합 첫 해 연간 주주환원액이 1조원을 넘길지 관심이 모인다. 지주는 지난 연말 보험, 증권 계열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순이익 50% 주주환원책'을 내건 바 있다. 회사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2조원 안팎으로 예측된다.
다만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배당을 제한하는 변수도 존재한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계열사 건전성 저하 부담도 관건이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공시한대로 전체 당기순이익 50%를 주주환원에 가용할 예정”이라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구체적인 방안이나 액수는 향후 공시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연 당기순이익 추정치(연결기준)는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는 37%다. KB금융 9.56%, 신한지주 9.12% 등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대비 3배 높은 크기다.
주력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증권이 각 1.3조원, 0.7조원씩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각각 전년 대비 50% 늘어나고 20% 줄어든 크기다. 업황이 엇갈린 영향이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작년 대비 24.5% 증가한 순익 4047억원을 거뒀다. 새 회계제도(IFSR17) 도입에 발맞춰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다. 반면 부동산 침체 장기화 등에 메리츠증권은 전년 대비 29.4% 줄어든 당기순이익 1998억원을 거뒀다.
메리츠금융이 연 순이익 2조원을 달성할 시 2023년 총주주환원액은 1조원을 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주는 메리츠화재, 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올해 회계연도부터 3년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50% 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주력 자회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배당성향 약 50%를 유지해야 한다. 지주사는 이를 통해 이중레버리지비율 120%대를 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두 자회사는 이 같은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화재의 1분기 신지급여력(K-ICS)비율은 규제치를 2배 넘는 202.2%다. 향후 3년간 50%대 배당성향을 고려해도 권고치 150%를 밑돌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의 건전성 지표도 우수한 편이다. 1분기 대표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는 전년 동기 대비 554.1%p(40%) 증가한 1929.5%를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 2132.3% 다음으로 큰 규모다. 당국 규제치는 100%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구NCR(조정순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7% 증가한 214.6%로 집계됐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화재와 달리 최근 부동산 경기부진에 따른 부실위험이 관건이다. 1분기 증권의 연체 1개월 이상 요주의이하자산은 전분기 대비 56% 증가한 7786억원으로 대형사 중 신한투자증권(8074억원) 다음으로 크다.
다만 주로 선순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 이상 물건으로 이뤄진 만큼 손실부담은 낮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 윤소정 선임 연구원은 “(건전성 위험이 내재돼있으나) 상환순위, 담보확보, 충당금 기적립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최종적인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17일 28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금을 지주에 지급한다. 지주 통합 이후 이뤄진 첫 배당으로 주주환원액 1조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또 다른 관건은 금융당국의 스탠스다. 금융시장 상황 전반을 고려해 건전성 관리에 부정적인 배당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KB증권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배당 우려에 지난 3월 배당규모를 1000억원 줄인 바 있다.
다만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는 만큼 당국의 개입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현대차증권 이홍재 연구원은 “화재와 증권의 자본비율 그리고 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 역시 문제되지 않는 한 자회사들의 배당성향은 당사가 추정한 수준(50%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주는 앞서 주주환원책 발표 당시 당국과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소통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김용범 지주 부회장은 "IFRS17 도입까지 가정해 나오는 이익으로 지난해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금융당국과도 충분히 소통했고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연간 주주환원액 1조원은 시가총액(KB금융 기준)을 최대 두 배 웃도는 4대 금융지주와 맞먹는 크기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액 1조원을 넘긴 곳은 4대 금융지주에 속하는 KB금융, 신한금융 등이다.
현대차증권 이홍재 연구원은 "(회사의) 50%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매년 1조원 규모 이상의 주주환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삼성생명과 화재는 각 5000억원대, KB금융 1.5조원, 하나금융 1.1조원의 주주환원 규모를 기록했고 이들 대부분 메리츠금융보다 시가총액은 20% 이상 크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