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소위 '황제주'라고 알려진 주식 전직원에게 무상으로 부여
-현직자, 대부분 직원들 복지 혜택에 만족하고 애사심 높아
이차전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부족하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온다.
원재료도 부족하고, 투자비도 부족하고, 생산시설도 부족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양극재 공장의 경우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노동강도가 높아 근속연수가 짧다고 알려졌다. 양극재 공장에서 일하고나면 온 몸이 시커멓게 뒤덮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상한 냄새가 베서 빠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극재 공장 생산직을 뽑을 때 가정을 책임져야 해서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는 30대 초중반을 선호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원이 다른 복지혜택으로 재직자들과 구직자들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다. 해당 기업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으로, 복지혜택 때문에 ‘갓코프로’라는 별명이 생겼다. <녹색경제신문>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에코프로의 직원 복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 전 직원을 해외연수 보내주는 대기업이 국내에 있다? 있다!
국내 대기업 직원들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룹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동일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난 6월 에코프로는 전사 해외연수라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해외연수 대상은 전 계열사 직원 3300명으로, 지난 6월부터 오는 2024년 2월까지 매주 100명씩 순차적으로 싱가포르 연수에 참가한다. 에코프로측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만큼 해외 현지에서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연수 국가도 여러 국가 가운데 직원들의 투표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주목을 받는다.
앞서 에코프로는 지난 2018년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500여명의 직원이 일본 도쿄로 연수를 떠났고, 이동채 전 회장은 5년 후 다시 한번 해외연수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해진다. 에코프로그룹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이 전 회장은 5년만에 6배 이상 늘어난 직원들 ‘3300명’을 대상으로 전사 해외연수를 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 ‘황제주’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대기업이 있다? 있다!
에코프로 주식은 ‘황제주’로 통한다. 에코프로 주식이 3만원일 때 샀던 사람이 인생을 역전했다는 전설, 몇 달 전 대출을 받아 에코프로 주식을 샀는데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는 신화 등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난 11월 에코프로는 소위 말하는 황제주를 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했다. 에코프로측은 그룹차원에서 회사가 최근 급성장한 것은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라며, 지난해 9월 30일 재직자 기준(일부 제외)으로 모든 임직원 2706명에게 직원 1인당 평균 1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주식 수는 직급과 근속연수, 연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별로 책정됐고, 연봉의 15~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 등 상장사는 상장된 주식으로 지급하고, 비상장사는 지분을 소유한 상위 가족사 중 가장 가까운 상장사의 주식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에코프로의 주식 보상안은 일반적인 스톡옵션과 달리 직원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전혀 없어 눈길을 끌었다. 에코프로측은 직원들이 앞으로 2~3년만 근속하면 주식을 무상 취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주식은 변동성이 크고, 에코프로 주식의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추이를 대략적으로 짚어보면 에코프로 주가는 최저가 10만 2700원에서 최고가 153만 9000원으로 15배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 역시 최저가 8만 6900원에서 최고가 58만 40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 재직자와 전직자에게 직접 듣는 에코프로의 직원 복지는?
현재 에코프로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 에코프로의 복지 혜택이 어떤지 물었다. 에코프로 재직자는 ‘좋죠’라는 한 단어로 직원 복지를 표현했다.
에코프로 재직자는 “에코프로에 입사하기 전에 다른 회사에 다녔는데, 에코프로가 확실히 좋다”면서, “다른 직원들도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코프로가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보니 경영진들이 기업문화나 조직문화를 올곧게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면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에코프로를 그만둔 사람에게도 에코프로의 직원 복지가 어떤지 물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각각은 복지혜택이 좋았으면 그만두겠냐는 반응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애사심은 대단해보인다’는 것이었다.
에코프로비엠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했다고 밝힌 사람은 “밥도 제 때 못먹으러 갔고, 지금 일하는 곳보다 딱히 혜택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면서,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식사시간을 할애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이엠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사람 역시 “근무하면서 느낀 게 이 회사는 도망갈 사람들은 빨리 도망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뼈를 묻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회사”라고 전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인력 확보는 원재료나 투자비 확보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수율을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근속자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큰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장 증설이나 해외 진출시 숙련된 직원을 파견하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측은 친환경 산업과 이차전지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발생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인재 확보와 직원의 장기근속 유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주식 보상 외에도 공무원 연금 수준의 에코프로 자체 연금 제도를 준비하는 등 회사에 오랜 기간 헌신한 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