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장남' 김동관, 폴란드 방산전시회에 방산3사 총출동
- '정몽준 아들' 정기선, 싱가포르 선박전시회에 상선 역량 집중
재계 '오너 3세' 후계자로 경영수업에 나선 신유열 롯데케미컬 상무를 비롯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글로벌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상무(86년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83년생),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사장(82년생)은 모두 1980년대생으로 각각 롯데-한화-HD현대 그룹의 사실상 후계자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김동한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980년대생 등 경영 3~4세는 유연한 수평적 사고는 물론 해외유학 등 준비된 글로벌 인재가 많다"며 "충분히 실무적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갖춘 만큼 선대 스탭들과의 조화, 성장동력 확보 등 경영능력 검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유열 상무는 오는 22일에 열리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노이 최대 호수인 서호 이름을 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호텔·월드·컬처웍스 등 유통·관광·레저·건설 계열사 역량이 총동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롯데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오픈식에는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상무,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등 계열사 사장단도 총출동한다. 베트남 현지 최고위급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신유열 상무의 베트남 방문은 두번째다. 그는 지난해 9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광복절 특사(특별사면)' 후 베트남을 첫 해외출장지로 정하고 롯데몰 하노이 건설현장 등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롯데그룹 20여개 계열사가 진출한 해외 전략요충지이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이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 3월에는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총괄회장을 신동빈 회장과 함께 맞이하기도 했다.
또 신유열 상무는 지난해 8월 롯데파이낸셜의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에 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에 오른 이후 최근에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절친 라이벌'로 통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최근 해외 전시회에 각각 다녀오는 등 바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참석한 전시회는 일정이 5일에서 8일까지 같은 기간이었다.
김동관 부회장은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에, 정기선 사장은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차세대 선박시장 전시회 '가스텍2023'에 각각 참석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방위산업)', 정기선 사장은 '선박'에 집중한 글로벌 경영인 셈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폴란드 전시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방산 3사를 모두 참가시켰다. 한화의 방산 3사가 공동 참가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현지 한화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화의 첨단 기술력과 폴란드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솔루션 등을 설명했다. 특히 한화오션의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의 우수한 잠항 능력과 다목적 수직 발사관 등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반면 정기선 사장은 싱가포르 전시회에서 차세대 선박 시장을 선점을 목표로 민간 상선 부문의 미래 기술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기선 사장은 행사 첫날인 5일 자체 기술 세미나를 열고 선사, 선급 등을 대상으로 암모니아추진·운반선,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차세대 LNG 운반선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HD현대는 행사기간 글로벌 선급 및 기업들과 16건의 기술 인증 및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정기선 사장은 "HD현대는 그간 가장 혁신적인 해상 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며 "친환경 시대 선도적인 첨단기술 개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전시회 일정에서 글로벌 사업의 방향성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화는 기존 방산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활용해 잠수함, 수상함 등 함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박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반면 하지만 HD현대는 방산보다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민간 상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신유열 상무의 경우 이제 경영수업에 본격 나섰다는 점에서 이미 경영 후계자로서 자리잡은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이들은 글로벌 사업 성과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과거처럼 무조건 세습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영 후계자는 이제 경영능력 검증 시험대 통과가 중요한 승계 절차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