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 주요 16개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110곳
- 한국CXO연구소, 82개 대기업집단 대상 법인 현황 조사 결과 발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중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주요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110곳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국가에서 1개 이상의 해외계열사를 둔 국내 그룹은 23곳이었다. 이중 삼성이 26개의 법인으로 가장 많았다.
또 중동 국가 중 아랍에미리트(UAE)에 40곳이 넘는 법인이 있어 최다 설립 국가였다. 국내 기업들은 대체로 전자, 건설 등 관련 법인이 많았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978년에 현대건설을 통해 세운 법인이 40년 넘게 운영 중에 있었다. 정의선 회장의 할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법인을 운영해왔고 정몽구 명예회장을 거쳐 지금까지 각별한 인연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놀랍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82개 국내 대기업 집단이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82개 그룹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동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16개국으로 제한해 조사했다. 튀르키예는 제외했다. 중동 국가 해외법인 현황은 각 그룹이 올해 공정위에 공시한 자료를 참고했으며 조사 대상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 기준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그룹에서 중동에 진출시킨 100곳이 넘는 해외법인을 업종으로 구분해보면 건설(26곳), IT(22곳), 물류 및 운송업(12곳) 순으로 많았다"며 "국내 대기업은 중동 시장에서 건설, IT, 운송 관련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먹거리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82개 그룹이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10개 국가에 113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아랍에미리트에만 44개 법인이 있어 가장 많았다. 그 중 삼성그룹이 10곳으로 최다였고, LG 그룹도 7곳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국내 기업 24개 법인이 있었고 그 중 삼성은 4개였다. 오만과 이집트에는 각각 11개 해외법인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이스라엘(8곳) ▲요르단·이란(각 4곳) ▲키프로스(3곳) ▲바레인·쿠웨이트(각 2곳) 순으로 나타났다.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 카타르, 팔레스타인에는 해외법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이 26개 법인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아랍에미리트에만 10개 법인을 운영 중이고, 이스라엘(5곳) 사우디아라비아(4곳) 순으로 법인을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삼성은 아랍에미리트에 삼성전자가 세운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삼성 걸프 일렉트로닉스(Samsung Gulf Electronics Co., Ltd.)'를 비롯해 삼성물산이 지배하고 있는 '에스에이엠 걸프 인베스트먼트(SAM Gulf Investment Limited)' 투자 회사를 세워 사업을 영위 중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운 4개 법인 중 3곳은 건설 관련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 씨앤티 코퍼레이션 사우디아라비아(SAMSUNG C&T CORPORATION SAUDI ARABIA)'가 대표적이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을 통해서는 '삼성 사우디 아라비아(Samsung Saudi Arabia Co., Ltd.)'라는 플랜트 건설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어 ▲LG그룹(13곳) ▲GS그룹(12곳)이 10개가 넘는 해외법인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LG는 아랍에미리트에만 7개 법인을 해외계열사로 편입시켰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도 각각 2개의 해외법인을 세워뒀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에는 LG전자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전자제품 판매 업체인 'LG EDF(LG Electronis FZE)'와 'LG EGF(LG Electronics Gulf FZE)'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전자제품 생산 업체인 '엘지-쉐이커(LG-Shaker Co.Ltd.)' 법인 등을 운영 중이다.
GS그룹은 오만 국가에만 8개 법인을 두고 있는데, 모두 건설 관련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각각 2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GS건설에 세운 'GS Construction Arabia Co.,Ltd.', 아랍에미리트에는 'GS CONSTRUCTION MIDDLE EAST-SOLE PROPRIETORSHIP L.L.C.)' 건설 관련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 국가에 8개의 법인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에 각각 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완성차 제조 및 판매지원 회사인 'Kia Middle East & Africa FZE (Kia MEA)'를, 이집트에는 자동차 A/S부품 판매사인 'Mobis Auto Parts Middle East EGYPT'가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난 1978년 11월에 현대건설을 통해 세운 'Middle East Engineering Development Co., Ltd'가 40년 넘게 운영 중이다. 이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로 꼽혀 관심을 끈다.
정의선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북주에 있는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조성 부지를 방문,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지하터널(12.5㎞)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정의선 회장은 현장에서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며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은 정주영 창업주가 현대그룹을 일으켜 세운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76년 정주영 창업주는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 금액만 당시 정부 예산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공사였다. 이는 1970년대 '중동붐'을 이끌며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을 댔다.
이외 ▲SK·한화그룹(각 6곳) ▲CJ·KCC 그룹(각 5곳) ▲DL·중흥건설 그룹(각 4곳) ▲HD현대·LX·호반건설 그룹(각 3곳) ▲한국타이어·두산·OCI·LS·세아그룹(각 2곳) ▲아모레퍼시픽·KT&G·넷마블·HMM·글로벌세아 그룹(각 1곳) 순으로 중동 국가에 해외 계열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