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 폐지 예정…취업센터 “막막하다”
상태바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 폐지 예정…취업센터 “막막하다”
  • 박현정 기자
  • 승인 2023.11.02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도 예산 편성 안돼 폐지 위기
고용안정・지역경제에도 일조해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며 폐지 위기를 맞자 전국의 취업지원센터가 직접 사업 유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이 건설근로자취업지원 경기평택센터를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는 단순히 일자리 알선뿐만 아니라 장기 근속을 통한 고용안정을 주 활동 목표로 하고 있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올해로 9년째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홍분남 경기평택센터장은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장기근로”라고 말했다. 건설업 역시 사람 간의 합을 맞추는 일이기에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바뀌면 일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업체 역시 장기근로자를 선호한다. 홍 센터장은 “단순히 장기근로만 알선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또한, 센터에서는 공인노무사가 만에하나 발생할 수 있는 임금체불, 사고, 부당해고 등의 문제를 ‘무료’로 상담해주고 있다. 심지어 해당 취업지원센터에서 알선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홍 센터장은 “공공서비스이기에 우리가 알선하지 않은 근로자라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라며 책임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홍 센터장의 이러한 자부심이 이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폐지 이유에 대해 ‘사업 성과가 낮음’을 들었지만, 실제 성과를 살펴보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한 해 34억원으로, 전국 17개 센터별로 각 1억8000만원이 편성된다. 이마저도 인건비를 제외하면 한 해 운영비는 약 6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무료로 취업알선을 지원해 구직자들이 하루 일당 16만원, 인력 300명 정도를 공급하면 이들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는 사업비 투자 대비 4배 정도가 추정된다.

예산 상황은 더 심각하다. 9년째 진행 중인 이 사업은 단 한 번도 사업비가 오른 적이 없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각 센터는 1억8000만원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근로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홍 센터장은 “유료 직업소개소 수수료는 10% 수준”이라며 공공 서비스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가령 일당 16만원을 받는다고 했을 때, 하루 1만6000원, 한달이면 수수료만 약 30만원이다. 일용직 근로자인 건설근로자에게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사업이 폐지되면 근로자에게 부담이 지워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데는 사업 평가 기준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취업알선 사업의 평가 기준을 ‘고용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건설업 이외의 근로자는 ‘상용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가입률이 높다. 그러나 건설근로자는 ‘일용직’ 근로자이기에 상대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다. 현장을 계속 옮겨 다니면서 여러 업체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2-3개월에 한 번씩 고용보험을 다시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건설근로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 된다. 홍 센터장은 “다른 직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근로자가 얼마나 오래동안 일을 하고 있는지, ‘취업일수’를 살피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을 비롯해 전국 17개 센터는 예산배정과 사업 유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각 지자체 의원과 국회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일자리를 잃으면 우리는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건설근로자들은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 유지의 필요성을 읍소했다.

한편, 내년도 예산안은 각 상임위의 심사, 예결특위 심사, 국회 본회의를 거쳐 내달 2일 확정된다.

박현정 기자  re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