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 불안정한 경영지표 등의 영향
반면 동양생명·롯데손보 매각 긍정적 측면도
3분기 보수적 가이드라인에...몸값 조정 가능성
계묘년에도 중소형 보험사의 M&A(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ABL생명, KDB생명 등 매각을 진행한 보험사 모두 매각 완주에 실패했다. 보험사의 몸값 측정이 과도하게 평가된 점, 건전성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3분기 이후 우량매물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매물 몸값이 조정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KDB생명보험 매각이 불발됐다. 18일 KDB생명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월 25일에는 예금보험공사로 주도된 MG손해보험의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공개 매각 과정에서 단 한 곳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법상 단수의 원매자만 참여한 입찰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달에는 ABL생명 인수를 검토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최근 투자 의사를 접었다고 전해졌다. 본입찰에 참여한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모두 설립된 지 6년 이내로 사업경력이 짧고 금융사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ABL생명 매각 완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잇따른 중소형사 매각 실패 원인으로는 보험사 몸값 대비 부실한 경영 상태 등으로 지목된다. 하나금융지주와 실사 단계까지 진행하며 긍정적 결과를 전망했던 KDB생명의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측정됐다.
하지만 불안정한 재무 건전성과 높은 부채 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상반기 KDB생명 경과조치 적용 후 K-ICS(새 지급여력) 비율은 140.69%로 경과조치를 했음에도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돈다. 경과조치 적용 전은 67.53%다.
부채 비율은 2367.23%를 기록했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 상품과 연금보험 판매에 주력한 결과 책임준비금 규모가 커지면서다. 이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다면 지주가 추가로 책임져야 할 비용이 매각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당시 하나금융 관계자는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지주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MG손보는 사법리스크 영향이 크다. 지난해 4월 MG손보는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았다. MG손보 최대 주주인 JC파트너스는 부당한 결정이라며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8월 긴 공방 끝에 법정이 금융위 손을 들어주며 패소했다. 이에 불복한 JC파트너스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전성도 취약하다. 6월말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79.6%로 금융당국 권고치 외 보험업법 규정(100%)을 밑돈다. 매각가는 2000~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ABL생명은 수익성이 낮은 구조를 가진다.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는 저축성보험 및 변액보험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상품 비중은 저축성보험 42%, 보장성보험 37%, 변액보험 21%다.
한국신용평가 김선영 수석연구원은 “ABL생명은 보유계약의 저축성 성격으로 인해 보험이익 창출 규모가 사업 규모 대비 작은 편이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열위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IFRS17(새 회계제도)이 적용되면서 핵심 수익성 지표가 CSM(보험계약비스 마진)으로 교체됐다. CSM은 미래예상가능이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보험사는 IFRS17에 대비해 영업구조를 장기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위주의 체질로 바꿔왔다. ABL생명 몸값은 3000~4000억원 수준이다.
중소형사 M&A 시장이 먹구름을 띈 가운데 우량매물의 매각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3분기부터 적용될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실손 손해율 등의 계리적가정 지침이 반영된 3분기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순익은 각각 전 분기 대비 42.9%, 38.9% 감소했다. 신한라이프는 34.8%, 하나생명은 74.4% 내려갔다. 동양생명과 롯데손보도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매물의 매각가가 적정 수준으로 산출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최대 주주인 외국계 생보사 동양생명은 최근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입, 국내 지점 수의 감소로 잠재적 매물로 여겨진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시장에 나온 타 보험사에 비해 외형이 훨씬 큰 편이다. 상반기 순익은 2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급증하면서 적정 매각가는 1조2000~1조6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월 매각 절차에 나선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는 2조7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전망된다. 매물로 나온 손보사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롯데손보 시가총액의 약 3배다. 올해 상반기 성적(1525억원)에 비해 과대평가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격이 높게 측정된 영향인지 실제로 인수전에 뛰어든 금융사는 없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3분기부터 계리적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험사의 실적 착시가 확인됐다”며 “잠재 매물로 언급되는 동양생명, 매각가에 따른 이슈를 경험했던 롯데손보도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산출된 보험사 순이익에 따라 매각가가 다시 조정되면 매각시장에서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