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금리로 판매한 1년 만기 정기예금 만기 몰려 예금금리 경쟁 본격화
금융당국 압박으로 금리 경쟁 '주춤', 추가 인상은 어려울 전망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13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간 예금금리 경쟁의 영향으로 보이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더이상의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향후 예금금리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월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6835억원 증가했다. 지난 9월에는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했는데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바뀌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9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10조원 이상씩 늘었다. 총 33조7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작년 은행이 고금리로 판매했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만기가 올 4분기에 몰리면서, 은행이 예금 고객을 재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안전자산을 은행에 맡겨두는 편을 선호하는 영향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예금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만기가 짧은 예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년 이하의 단기예금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추세"라며 "예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며 압박함에 따라 추가적인 예금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선언하며 예금금리 경쟁은 대출금리를 자극할 수 있어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폐지되면서 은행들이 예금으로만 자금을 끌어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10일 기준 3.95%~4.05% 수준인 5대 은행의 예금금리가 현재 정점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예금금리의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예금금리 수준은 정체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