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 완성차 업체 최초로 ZWTL 최고 등급 획득
-현대차, 생산과정에 신기술 도입해 에너지·탄소 절감 나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현대자동차는 세계 기후단체들로부터 그린워싱 기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SUV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포스코 등 석탄 고로 방식으로 생산하는 철강을 공급받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기후·청소년 단체들은 지난달 열린 LA오토쇼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RE100 및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는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RE100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고, 아산공장은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저온 경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2045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현대차의 비전이 이행될 수 있을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 현대차, PPA·REC 등으로 RE100 달성 본격화
현대차는 현대건설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력구매계약은 전기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제도로, RE100 이행 수단 중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식이라고 알려졌다.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 받음과 동시에 RE100 달성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번 전력구매계약 업무 협약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울산 공장에 태양광 재생에너지 64MW(메가와트)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만 9000톤의 탄소 절감 효과가 낼 수 있고, 이는 연간 1만 5000km를 주행한 준중형 세단 2만 30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알려졌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가 2045년까지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현대차는 RE100을 글로벌 권고 시점인 2050년에서 5년 앞당긴 2045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국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 외에도 국내 사업장 부지 내에 태양광 자가발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전체 사업장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국내 사업장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 사용을 달성하고, 해외 사업장은 100% 사용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고, 인도네시아 공장은 올해 달성을 완료했다.
■ 현대차, 완성차 제조사 중 최초로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최고 등급 획득
현대차 아산공장이 완성차 제조사 최초로 ‘UL 솔루션’의 ‘폐기물 매립 제로(Zero Waste To Landfill) 인증’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UL솔루션은 국제 안전과학 인증 기관으로 ▲소각을 통한 에너지 생산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 등 친환경적이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장에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의 사업장이 가장 높은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고, 현대모비스 창원공장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두 번째로 높은 골드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사 최초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것을 두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올바른 움직임(The Right Move for the Right Future)’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대차 아산공장은 자동차 프레스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재활용해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엔진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주물사 및 폐알루미늄을 엔진 생산 원부재료로 전량 재활용하는 등 자원순환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사회책임 메시지인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올바른 움직임’에 걸맞게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해 기쁘다”며 “현대차는 앞으로도 친환경 녹색 경영과 폐기물 자원 순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감축하기 위해 신기술 도입
현대차는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도장 기술을 공개했다. 기존 도료에는 약 140℃ 이상에서만 경화되는 멜라민이 함유돼 있었지만 현대차가 새로 개발한 도료에는 멜라민 대신 90℃ 이상에서 경화되는 이소시아네이트 성분이 사용됐다. 50℃나 더 낮은 온도에서 경화되는 새로운 도료를 활용하면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제조 공정 중 도장 공정은 전체 에너지의 43% 정도를 사용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탄소배출량도 높다고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번 도료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 탄소 배출과 가스 사용량을 각각 40%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 기술을 국내외 모든 현대차 공장에 적용하면 한 해 동안 자동차 제조 공정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중 1만 6000여 톤을 저감할 수 있다. 이는 소나무 2백만 그루, 면적 기준 1,600만㎡ 산림에 해당되는 탄소량으로, 현대차는 이를 통해 환경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저온 경화 기술은 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도장 품질 향상에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알렸다. 기존 고온 경화 공정에는 차체와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 범퍼나 휀더 등은 적용하기 어려워 협력사에서 도장된 채로 받아서 조립했지만, 저온 경화 공정을 적용하면 복합재로 이뤄진 부품도 한 번에 도장 및 경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차체와 범퍼, 휀더 등의 색상이 달라지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양한 재질이 적용될 PBV나 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도장에도 광범위하게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울산 5공장에 이 기술을 시범 적용해 제네시스 G80 차량을 시험 생산했고, 지속적으로 운행 및 모니터링하면서 기술의 본격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저온 경화 기술은 현대차가 단순히 차량을 판매한다는 개념을 넘어 차량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고려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도장 공정에서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현대차의 2045년 탄소중립 목표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