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핀 사용하려 해도 또 본인 인증…도돌이표
“네이버·카카오 아닌 통신실명제가 불편함 원인”
‘대포폰(타인 명의 휴대폰)’ 방지 등의 이유로 시작된 통신실명제(전기통신사업법 일부 조항)가 제 역할을 하기는 커녕 일부 국민의 서비스 이용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포폰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정작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통신실명제 때문에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해외 통신사를 사용할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톡의 회원 가입 시 가장 기본 절차인 ‘본인 인증’에서 막히는 것이 그 예다. 페이나 인증서 서비스의 경우 더욱 까다롭다.
본인 인증 절차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국내 통신사를 이용할 경우에만 인증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예다.
아이핀 등 대체 인증 수단을 쓰려고 해도 아이핀 가입을 위해 또 휴대폰 본인 인증을 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여권 등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갖고 대사관을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거주자에 비해 난이도가 월등히 높다.
기존 아이디를 활용해 ‘실명 전환’ 하는 방법도 있다. 단, 본인 인증을 해 둔 아이디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이조차 불가능하다.
통신 업계에 오래 종사한 관계자 A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탓하는 것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우리나라가 실명제 국가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본인 인증 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장점이 강력한 반면, 부작용도 크다”라고 말했다.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휴대폰 본인 인증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평등하지 않게 작용한다는 것.
A씨는 “본인 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다 할 수 있다. 단, 관공서나 은행 업무같은 중요한 업무는 본인 인증 단계에서부터 막혀 있으니 사용할 수가 없다. 편리함의 격차가 큰 제도”라고 말했다.
반면 본인 인증 제도를 피해 대포폰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노숙자 명의 빌리기, 분실 휴대폰의 유심, 개인정보 거래 등이 그 예다.
이에 통신실명제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