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좋게 '치치직' 들고오는 네이버... 시청자 끌어올까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 TV와 함께 '보는 게임'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한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한다. 공교롭게 최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 한 네이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5일(현지시각)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트위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우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내년 2월 27일부로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을 종료한다"고 전했다. 이후 "최대 화질을 720p로 조정해서 비용을 절감했으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대한민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한국에서의 운영을 종료하는 이유를 밝혔다.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인 트위치는 2015년 한국 서버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아프리카 TV, TV팟 (現 카카오TV)에서 활동하던 스트리머들을 플랫폼으로 끌어 모으면서 단기간에 몸집을 불렸다. 2021년 경에는 약 253만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를 기록하는 등 스트리밍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거대 기업이 자리를 빼는 형국에 네이버가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지각 변동을 했다.
네이버는 어제자로 사내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후에, '네이버 게임' 공식 라운지에 자사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치지직'의 베타 테스트 공지를 올렸다. 현재 해당 회사는 ▲게임을 주제로 활동 ▲기존 활동 플랫폼 팔로워 1만명 이상인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크리에이터를 모집하며 '치지직'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해당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치지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 김하정 연구원은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유저 트래픽을 확보한다면 '치지직'의 사업가치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22년 28억 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치의 한국어 방송 시청기간 비중은 6%에 달했다"며 "이를 고려한다면 트위치 코리아가 작년에만 약 2036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네이버의 트래픽 활용 능력과 트위치가 약세를 보였던 커머스와의 연계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팬층을 확보해 온 스트리머들이 네이버로의 이적을 언급하며 '치지직'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위치 초창기 시절 '하스스톤'으로 플랫폼의 기틀을 다져 38만명의 트위치 구독자를 확보한 스트리머 '따효니'는 개인 방송을 통해 네이버와 스트리밍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167만명, 트위치에서 3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 '양띵'을 필두로 한 '양띵 크루' 역시 '치지직'으로 방송 플랫폼을 옮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외에도 '김도', '녹두로', '옥냥이'와 같은 트위치의 '터줏대감' 스트리머들이 네이버로 적을 바꾸는 것이 유력한 분위기다.
이 뿐만 아니라 최대 1080p 화질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등, 트위치와 비교했을 때 보다 시청자 친화적인 기술적 요소 역시 '치지직'의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치 역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2022년 이후 해당 기능을 모두 중단하면서 이용자의 불편을 야기한 바 있다. 또한 '네이버 페이'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편리해질 '도네이션' (시청자가 방송 중인 스트리머에게 실시간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행위) 기능 역시 플랫폼의 매력을 돋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유출된 '치지직'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트위치보다 심한 네이버의 규제가 스트리머의 원할한 방송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트위치에서 2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종합게임 방송 스트리머 쌍베는 오늘 "지스타 행사 기간 즈음에 네이버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다"며 "특히 '치지직' 대표가 인터넷 방송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쏟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네이버의 규제와 관련해 "우려하는 것 만큼 규제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스트리머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과 스포츠 경기를 같이 보는 등의 콘텐츠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다만 저작권 이슈로 생방송 도중 중계화면을 자체적으로 띄울 수 없었지만 '치지직'이 '네이버 스포츠'와 같은 다른 네이버 플랫폼과 긴밀하게 연동 된다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의 매력이 한 층 올라갈 것"이라 전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