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협동 해군력으로 해적 퇴치에 나서야
10여 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2009~2017년) 대테러 정책의 일환으로 중동 시리아에서 파키스탄, 예멘과 북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리비아에 이르는 회교 국가들 대상의 군사적 공격을 실시했을 당시 어린이였던 예멘의 소년들이 어느새 훌쩍 성장해 반서구 정서로 무장한 강력하고 조직적인 청년 의용군이 돼 국제 무역을 교란시키고 있다.
후티 반군 세력이 바로 그들이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건너는 전 세계 상업용 항만 선박들을 공격하며 운행에 차질을 일으키기 시작한 이래 약 1개월이 흐른 현재, 1월 12일(금요일)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부품 공급망 지연을 이유로 독일 기가팩토리 가동의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를 가르는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무역 교역량의 15%가 관통하는 세계적 해상 무역 통로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하는 반(反) 이스라엘 주의 무력 저항 단체로, 홍해를 통로로 삼아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의 국토들이 일부 접하고 있는 홍해 북부 수에즈운하로 올라와 주로 이스라엘과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지닌 항만 선박들을 선별적으로 공격한다.
이제까지 국제 사회는 후티 반군을 1990년대 말부터~2010년대에 아라비아 해와 인도양 사이에서 활동한 소말리아 해적선들과 같은 부류의 무력적 해적단체로 규정해왔다.
산발적 활동을 벌이던 후티 반군의 수에즈운하 선박 공격이 본격화된 때는 가자 지구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반군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된 2023년 11월부터다.
12월에는 이 영역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들이 후티의 공격 대상이 됐고 그 결과 국제 무역 교류 물량이 25% 감소했다.
문제는 소말리아 해적 단체의 공격 진압 활동에 기여했던 국제 사회의 해군 및 해안 경비대로 후티 반군 진압이 난해해졌다는 사실이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후티 반군은 홍해 해상에서 항해하는 상선들을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등 첨단 무기로 겨냥 공격해 무력화시킨 후 고속 모터보트로 상선에 기습 접근해 올라타는 전술을 구사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의 18개 해양항만 수송업체들이 수에즈운하의 후티 반군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항상 노선을 우회시킨 것으로 집계된다.
수에즈운하를 거쳐 운항하던 세대 최대 항만운송 기업인 머스크(Maersk) 등 국제 대형 선박 항만 기업들 90%가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대륙과 남아공 희망봉으로 우회 항해하고 있다. 그 결과 항만 운송 기한은 1~2주 지연되고 운송 비용도 늘었다.
수에즈운하를 피해 아덴만과 남아프리카로 우회 항해해야 하는 유럽-아시아 간 수송 선박들의 항해 기한이 대폭 길어졌고 비용은 173% 이상 인상됐다. 미국-아시아 간 해양 운송 비용도 55%(2023년 1월 기준) 인상했다.
항만 수송 기간 지연과 운임 비용의 인상은 조만간 공산품 가격 인상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유럽-아시아 간 글로벌 수상 물품 및 원유 및 디젤 연료 운송용 함선의 40%가 수에즈운하를 거쳐간다. 유럽이 대거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원료 - 팜유, 각종 곡물 등 - 의 공급 지연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과거 소말리아 해적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에멘 후티 반군의 첨단 최신 무장력에 대처하려면 국제 사회의 다국적 합동 해적 퇴치작전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최근인 2023년 12월 18일부터 홍해에 투입된 미국 주도 ‘번영의 수호자(Operation Prosperity Guardian)’ 후티 반군 퇴치 동맹 작전과 나란히, 수출입 공급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럽 또한 후티 반군 퇴치를 위한 전쟁 역량급 구축함과 해상호위함을 투입하는 등 해군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의 홍해 해적 활동의 근원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사실에 착안할 때, 유럽의 협력적 군사 퇴치 작전은 EU의 단일성을 재확인시키고 국제 해역 내 항행의 자유라는 불가침의 원칙을 재확인시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미국 정치 신문 ‘폴리티코’의 한 논평 기사는 분석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