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 ELS를 안전하다고 유혹해"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피해자"
최대 5조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모임이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홍콩ELS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은행 측이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은행이 원금을 전액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A씨는 "은행이 ELS를 판매할 때 위험성과 상품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여러차례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며 "이는 은행이 핵심성과지표 같은 성과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날 리가 없다'는 등 은행원들이 선량한 투자자들에 홍콩ELS 가입을 다수 권유하기도 했다"고 성토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B씨는 "30년을 믿고 거래한 은행에서 ELS를 안전한 상품인냥 말해 가입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피해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성토도 이어갔다. C씨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은행과 이를 막지못한 금융당국도 책임이 있다"며 "당국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실을 조사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피해자모임은 전액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삭발식 역시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350명이 모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ELS 상품에서 이달 중 약 106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평균 손실률은 50.7%에 달한다.
손실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규모의 ELS 만기가 다가온다. 일각에서는 4대 은행에서만 최대 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은행 등 홍콩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이 확인 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거해 3월 안에 엄중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