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인구 전자담배로 이동...담배업계, "금연으로 가는 과정"
보건복지부, "전자담배 밝혀지지 않은 유해 성분 많아...위험한 추세"
'노담' 캠페인이 시민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반 담배 흡연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반 담배의 흡연율이 감소한 것은 흡연인구가 전자담배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담배 업계는 담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며 전자담배 마케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사용률 증가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전했다.
시민들 인식에 자리잡은 '노담'...담배업계는 '전자담배'로 눈길 돌렸다
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지자체·미디어 등에서 '노담' 관련 캠페인이 확연히 많아지고 있다.
실례로 인천시 연수구 보건소는 오는 4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담 교실'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금연 의식을 높이고 청소년의 흡연 경험률 감소를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또한 지난 10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보건복지부와 함께하는 전담 상담소' 코너를 신설해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고 금연을 권장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부터 금연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담' 공익광고 시리즈를 선보이며 캠페인을 전개하는 중이다. 특히 담배에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세대(종)를 의미하는 '노담 사피엔스'를 앞세운 금연광고는 지난 2023년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인쇄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담' 캠페인의 성과로 일반 담배 흡연인구는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질병관리청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일반 담배 흡연율은 지난 2019년 21.5%에서 2020년 20.6%, 2021년 19.3%, 2022년 17.7%까지 감소했다.
한편, 이러한 흡연인구의 감소와 관련해 담배 업계는 담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7일 <녹색경제신문>에 "금연을 지향하는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 때문에 이러한 판도를 바꾸려는 생각은 없다"며 "다만 전자담배로의 흡연 패러다임 전환은 금연으로 가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연기 없는 미래 등을 지향하며 결국 모두가 금연에 성공하고 담배 브랜드는 헬스케어 브랜드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전자담배 일반담배보다 위험할 수 있다"...정부, '금연 정책' 지지부진
실제로 일반 담배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전자담배 흡연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사용률이 1.1%에 불과했지만, 지난 2021년 3.2%, 2022년 3.5%로 3배가량 늘어났다. 또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률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9년 6.2%였다가, 지난 2021년 4.6%까지 감소했으나 2022년 다시 5.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 전자담배 마케팅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흡연 인구가 전자담배로 이동한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녹색경제신문>에 "일반 담배 흡연률이 크게 낮아진 반면,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체 담배 제품 사용률 변화는 미세한 것으로 볼 때 흡연인구가 전자담배 쪽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인체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가 담배에 대한 질병 등의 반응을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밝혀내는 데도 오래 걸렸다"며 "전자담배에는 일반 담배에 들어있지 않은 유독 물질도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흡연율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인 '담배 가격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녹색경제신문>에 "국민 건강, 흡연율 저하라는 목적만 생각하면 담뱃값 인상은 지체할 이유가 없는 문제지만 그 외 고려할 것이 많다"며 "담뱃값 인상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소득층, 일반 국민 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 후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금연 선도 국가'라고 불리는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2022년 의회를 통과한 '담배 금지' 법안을 지난달 27일 폐기했다. 이 법안은 의회 통과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금연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는 등 국내외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연정 구성·세수 확보 등의 정치적 문제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또한 정치적 목적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흡연율 감소에 정부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담' 캠페인에 사회가 반응하며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국가도 국민을 흡연 중독으로부터 보호할 의지를 다지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