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업계에서는 HBM 사업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HBM: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킨 메모리.)
아직까지 HBM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시장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향후 HBM의 적층 방식을 통해 제품의 성능과 수율을 차별화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HBM 관련해 ”쉽게 말해 아파트 건축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층 아파트일수록 거주 인원이 상승하는 것처럼 D램을 적층하는 구조인 HBM 역시 D램을 높게 쌓을수록 제품의 성능이 올라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층아파트일수록 짓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점차 높아지는 HBM도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적층방식이 제품의 성능을 결정짓는다“라고 했다.
덧붙여, ”적층방식에 따라 데이터 전송 속도, 효율 성능은 물론 제품 수율을 결정짓는다“라고 했다.
현재 HBM 시장은 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도적인 평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3%로 1위,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가 38%로 2위, 마이크론이 9%로 3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하이닉스의 시장 우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양사의 지난해 4분기 HBM 시장 점유율(옴디아 기준)은 각각 31.7%, 45.7%로 지난해 3분기 4.4%포인트 격차를 기록하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만에 14%포인트까지 늘어난 것이다.
하이닉스가 HBM 제조공정에서 활용하는 MR-MUF 방식(Mass Reflow-Molded UnderFill)은 다수의 칩을 접착할 때 한 번에 포장하는 기술로,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칩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 공간을 EMC라는 물질로 채워 칩을 연결한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3세대 HBM부터 적용하는 독자 개발 방식이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이다.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은 웨이퍼 휘어짐을 방지하는 신기술 등을 통해 기존 방식보다 생산성은 약 3배, 열 방출은 약 2.5배 끌어올렸다는 것이 하이닉스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른 제조방식을 사용한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TC-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방식은 D램 사이에 범프가 놓인 곳에 필름을 끼워 열압착 본딩으로 칩을 붙이는 방식이다.
(*범프:칩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형성한 전도성 돌기)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 TC-NCF 방식을 개발해 12단 36GB HBM3E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방식은 HBM 적층 수가 증가하고, 칩 두께가 얇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고단 적층 확장에 유리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4세대 HBM3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14일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AMD의 MI300 시리즈용 검증을 받은 후 빠르게 (하이닉스를) 따라잡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검증을 받고서 AMD에 중요한 공급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자사가 SK하이닉스의 'MR-MUF'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제조 장비를 구매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기존의 NCF 방식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생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향후 HBM은 더 큰 성장세가 전망되면서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BM은 고용량의 고대역폭메모리인 만큼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산업계 전반에 등장하면서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