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 대중용 포도주 대신 고가・고품질 포도주 생산 전략으로 선회할 듯
올리브유에 이어서 유럽산 포도주 가격도 인상될 조짐이 역력해 와인 애호가들의 호주머니를 더 가벼월질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포도주 상인 거래업자와 외식업자들을 상대로 매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 무역박람회인 프로바인(ProWein) 와인 페어가 올해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의 행사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프로바인은 올해로 발족한지 30년째를 맞아 65개 국가에서 모인 약 5,400개 포도주 및 주류 생산 및 거래업 부문 상인들이 참가해 올 한 해 주류 시장의 신 트렌드를 발굴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주류와인 박람회다.
올해 행사에서는 유독 유럽의 포도 재배자과 포도주 상인의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독일 일간 경제지 ‚도이체 비어차프트리히텐’이 3월 13일 자 기사에서 보도했다.
유럽에서 와인을 사이에 둔 큰 스캔들이 터진 때는 작년인 2023년 10월 19일. 프랑스 서남부 프랑스-스페인 국경에 인접한 르 불루(Le Boulou)라는 작은 고을의 프랑스 포도 농부 380명이 A9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포도주 운송 트럭을 강제로 세우고 트럭 안에 실려있던 스페인산 프레시넷 카바(Freixenet Cava) 병을 던져 깨부수는 폭동에 준하는 격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전국에 분포해있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 — E. 르클레르크, 카르푸르, 인터마셰 등 — 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슈퍼마켓 선반에서 프랑스산 대신 스페인산 포도주를 진열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포도주 생산자들은 2023년 여름철 폭명과 가뭄으로 인한 흉작으로 포도주 생산량 감소와 에너지 가격 인상 등 전반적인 생산 비용 증가로 허덕이는 판에 저렴한 스페인산 와인을 수입・유통을 허용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에서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대형 유명 브랜드 포도주의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망에 밀려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 포도 경작 농부와 포도주 양조업자들의 경우, 정부의 재정적 보조가 없으면 생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 속에서 적정 가격에 판매하려는 프랑스의 포도주 상인들은 더 싼 와인을 공급하는 스페인 포도주 상인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EU는 2023년 병 당 3~5유로 대의 저렴한 수입산 포도주에 밀려 남아도는 프랑스산 재고 포도주를 공업용 및 청소・소독용 알콜로 정제・전환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1억 500만 유로 지원금을 승인한 바 있다.
프랑스산 와인 가격 폭락 사태를 방지하기 하기 위한 긴급 조치로, 특히 프랑스에서 가장 큰 포도주 경작지인 랑그도크 지방의 포도주 양조업자들은 적포도주를 증류시켜 소독제, 세척액, 향수 등의 원료로 공급해 위기 속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역시 포도주 주요 생산국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EU의 와인 보조금 수혜국이다.
EU의 지원에 힘입어 유럽의 포도주 생산국들의 와인 생산은 계속되겠지만 가격 인상을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프랑스 보르도 포도주는 지명도과 가격 보호를 위해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철수하는 희귀 전략으로 전환해 나가는 추세다.
또, 올 연초 새로 임명된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포도주 재배 개혁을 단행 중이다. 보르도 지방 9,500 헥타르 규모 포도 경작지 개간 및 유기된 농지 매입을 통해 올리브 같은 새 농작물 상품 재배를 시작할 계획인 것이라고 2023년 6월 프랑스 정부는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기후 변화로 과거 남부의 포도 경작지가 포도 재배에 적합지 못해 개간 후 6년 휴경에 들어가는 한편 브란덴부르크처럼 북부 독일의 토지가 유망한 포도경작지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고가 와인 판매율 증가와 점진적인 가격 인상률(9%, 2023년 기준)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글로벌 포도주 시장은 고가・고품질 취향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자료: 프로바인, 2024년).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