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회장은 22일 취임 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리딩 금융그룹 수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양 회장이 주총에서 밝힌 경영비전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난공불락의 업계 1위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 6319억원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을 1년만에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전년대비 11.5%(4789억원)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성과를 내면서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양 회장은 이날 "도전적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 중장기 지향점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성장동력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혁신 과제로 '넘버원 디지털 금융'이라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양 회장은 "전방위적인 기술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을 통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술기업으로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전방위 기술과 AI 탑재한 'No.1 디지털 금융' 제시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 과제로, 명실상부 대표적인 금융플랫품이 된 KB스타뱅킹을 활용해 '임베디드(내장형)금융' 확대를 준비해왔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고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내부통제시스템에도 인공지능(AI)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양 회장은 이를 활용해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징후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주요 데이터를 시각화해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내부 경각심도 높였다는 평가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주환원율 확대와 상생금융 강화를 재확인했다.
양 회장은 이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율 확대를 거듭 약속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기말 주당배당금을 1530원을 결정했다. 연간 주당 배당금은 3060원으로 전년(2950원) 대비 110원 늘어났다.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7.5%로 전년(27.9%)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하면 38.6%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상생경영' 실천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미션인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폭넓은 ESG 활동을 이어가면서 사회와 고객과 함께 상생하는 금융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회, 고객, 직원, 주주 등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를 기치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KB금융은 지난해 약7조 4000억원의 사회적 금융을 신규 공급했다. 또한 사회공헌 및 지역사회 투자를 위해 약 3000억원, 은행권 공동 민생금융지원 관련해서도 참여은행 중 최대 금액인 3721억을 지원했다. 1등 금융그룹답게 '통 큰' 상생금융을 솔선 실천했다는 평가다.
주총은 무난히 끝마쳤지만... 남은 과제 살펴보니 '만만찮네'
양 회장은 이날 첫 주주총회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향후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당장 홍콩H지수 주가연계(ELS) 손실여파로 인한 배상금 문제는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올해 상반기 만기 물량은 4조 7447억원에 이른다.
이번 대규모 손실사태로 국민은행은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에 이르는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지주에 내준 1위를 되찾아왔으나, 올해는 ELS 배상여파로 1위 수성을 하려면 신경을 더 써야할 것이라는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신한금융과 올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뒷치락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해도 은행권의 핵심 관전포인트중 하나다.
양 회장은 투자자들과 자율배상안을 순조롭게 진행해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배상을 통해 고객 이탈과 브랜드이미지 훼손도 막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둘째, 주력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올해 수익둔화가 예상되는만큼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을 끌어올려야 올해 1위 자리를 사수할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은행과 비은행사업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 수준이 타금융 지주사 대비 균형이 잘 갖춰진 편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은행이며 증권사(KB증권), 보험사(KB손보), 신용카드사(KB 국민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들도 해당 산업 내에서 두루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리딩금융을 사수하려면 비은행 부문에서 한층 더 수익을 끌어올려 ELS 손실과 충당금 등을 보전해야 한다.
양 회장은 2016년 LIG 손해보험 인수 후 3연임 성공을 이룰 정도로 비은행 부문에서 경영역량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양 회장이 취임 초부터 글로벌 금융부문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아직은 국내 리딩은행이라는 위상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KB금융은 덩치에 비해 타 부분에 비해 해외부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부코핀 은행의 순손실액은 2612억원에 달했다. 지분 인수를 한 2016년부터 6년째 적자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재작년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해선 적자폭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반면에 KB 프라삭은행은 지난해 115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해외자회사 중 가장 큰 순이익을 올렸다.
중국유한공사(302억원), KB 미얀마은행(34억원),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4억원) 등도 흑자로 전환돼 올해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양 회장은 국내 리딩금융그룹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부코핀 은행의 빠른 정상화 등 글로벌 금융거점을 강화하는데 최우선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양 회장은 올해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서 수성도 해야 하고, ELS와 해외부동산 투자손실 등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며 경영 능력을 펼쳐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 올랐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