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계·초점심도 조절해 거리감 준다
조리개·수정체 변하면 시력손상 덜해
애플 비전프로가 출시되면서 AR헤드셋과 시력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눈 바로 앞에 착용하는 AR헤드셋의 원리와 시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알아봤다.
AR헤드셋 원리, 안경점의 시력측정기와 비슷하다
애플 비전프로의 스크린은 눈 바로 앞에 있지만 착용 시 보이는 화면은 마치 먼 곳에 있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 이같은 기술은 이미 실생활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정맹식 강릉영동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는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기술을 써 봤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안경점에서 시력 검사를 할 때 종이에 프린트된 표를 3미터 또는 5미터 거리에 걸어두지 않았나. 이제는 시력측정 기계에 눈을 대고 있으면 실제 상은 기계에 뜨지만 마치 5미터 거리에 있는 시력검사표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비슷한 기술이 애플 비전프로에도 사용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경점의 시력측정기와 AR기기가 스크린은 가까와도 먼 곳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초점심도와 피사계심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멀리 있던 친구가 내 앞으로 걸어올 때, 어느 정도 가까이 왔을 때부터 '내 친구다'는 것을 인식할수 있다. 내 친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피사계심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눈은 망막에 정확하게 상이 맺혀야만 '선명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느 정도 범위 안에만 들면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데, 이를 가리켜 '초점심도'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만약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범위가 3에서 5미터 거리라면, VR기기가 이 범위를 조정해 준다"고 설명했다.
3D영화처럼, 편광렌즈를 사용하는 AR헤드셋
AR헤드셋이 거리감을 주는 방식은 3D영화와 비슷하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빛을 조정하는 식이다.
정 교수는 "3D영화를 시청할 때 착용하는 안경에는 편광렌즈라는 것이 들어 있다. 편광렌즈는 특정 각도의 빛만 들어오게 하고 나머지는 거르는 성질이 있다"며 "오른쪽에는 90도 각도의 빛만 들어오게 하고, 왼쪽에는 180도 방향의 빛만 들어오게 한 다음, 오른쪽 눈에 비치는 상은 앞으로 다가오는 식으로, 왼쪽 눈에 비치는 상은 뒤로 물어지는 식으로 영상을 편집해 3D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 원리를 사용해 주인공과 배경의 움직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영상을 만들면 시청자는 주인공은 더욱 앞으로 다가오고, 배경은 더욱 뒤로 이동한다고 느껴 3D효과가 되는 셈이다.
코 앞에 착용하는 AR기기, 시력 손상은?
눈의 조리개와 수정체가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고정돼 있을 때 시력 손상이 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AR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시력 손상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50센티미터 앞에 떨어진 책을 오랜 시간동안 보는 것보다 AR기기나 3D영화를 보는 것이 시력 손상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리개와 수정체가 변할 때 시력 손상이 덜하다. 스크린이 아닌 책이라고 해도 한 곳에 계속 초점을 두는 것이 더 시력에 안 좋고, AR기기나 3D영화처럼 초점이 계속 바뀌는 방식이 시력 손상이 덜하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스크린을 오래 보는 것이 눈에는 해롭지만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희 남서울대학교 VRAR응용콘텐츠학과 교수는 "아직 의학적 접근이 기술 발달에 비해 미비한 상태라고 본다. 최신 기기들은 건강을 위해 극도의 배려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사실 눈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AR헤드셋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도 좋지 않다. 하지만 이 기기들이 가져다주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감수하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