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말 대비 26.2% 증가한 수치
신한은행 제외 나머지 은행 모두 무수익여신 잔액 증가해
연내 금리인하 불투명해 무수익여신 더 증가할 가능성 높아
시중은행에서 대출해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건설 및 부동산업이 불황을 겪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말 기준 무수익여신은 3조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2조7900억원 대비 26.2%(7307억원) 늘어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차주에게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권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황이 연체된 대출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로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한다. 무수익여신은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받는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무수익여신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의 작년 무수익여신은 6060억원으로 나타나 전년 6327억원 대비 4.2%(267억원) 줄었다.
반면, 농협은행의 경우 2022년 5130억원에서 작년 7682억원으로 나타나 49.7%(2552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또한 같은 기간 5221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43.6%(2277억원) 늘었다.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집계돼 33.1%(2157억원) 증가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588억원) 늘었다.
건설업체와 부동산업체들이 작년 대거 채무 불이행을 일으킨 것이 은행권 무수익여신 증가를 이끌었다. 가령 국민은행에서는 부동산업을 하는 A업체에게 대출을 내줬는데 해당 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1년 새 645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무수익여신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건설업 등 내수 견기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낮아진 상황이다.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졌기에 한국은행 역시 단기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앞선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