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대출 규모와 조달 방식 다양화"로 대비
미 고금리 연장∙중동 리스크로 달러 강세 지속 전망
최근 이스라엘 이란의 대립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기조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강달러로 인한 은행 환차손 발생 등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9일 장중 1377.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종가인 1375.3원보다 1.7원 오른 금액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뿐만 아니라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환율은 140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이후 네 번째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 공지를 통해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달러 현상의 지속은 은행 건전성에 좋지 않다. 특히 외화환산손익으로 인해 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 외화환산손익은 외화자산과 외화이익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을 의미한다. 환율이 오르는 경우 외화부채 평가액이 외화자산 평가액보다 커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일회성 요인이긴 해도 이러한 환차손은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통상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씩 오를 때마다 200억 원 정도의 회계적 손실을 본다고 분석한다.
은행 건전성의 지표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질 수 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은행이 보유한 외화 대출은 원화 대출이나 상품에 비해 손실 가능성이 높아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환율이 오르면 이러한 외화 대출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늘어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로 시중은행과 금융당국도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대출 규모를 관리하고 조달 방안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8일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외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외화자산과 부채에 대한 포지션 관리를 강화하고 급격한 외화자금 시장 악화에 대비해 충분한 크레디트 라인을 확보하고 비상 조달 계획의 실효성을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당분간 달러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11개 금융사 외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5월 중 달러∙원 예상 범위 저점 평균은 1343.18원, 고점 평균은 1399.54원을 기록했다. 4월 전망치와 비교해 저점은 25원, 고점은 39원 상승한 금액이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