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커져
페퍼저축 강등 이어 도미노 하락 오나
자산 건전성 강화 위한 유증 나선다
총선 후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체율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지역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줄강등이 우려돼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 저축은행의 1분기 실적은 작년 대비 낮고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설립 목적이 지역의 서민,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공금인만큼 저신용자 대출을 다수 취급해온 탓에 금리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5, 6월 신용평가사 정기평가 시즌 동안 줄강등이 이어질 거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예금보험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주·전남·전북 지역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1%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대구·경북·강원과 대전·충남·충북이 각각 7.8%로 85%씩 증가했다. 서울·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지역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전국 평균인 6.55%를 웃돌았다.
지역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 상승 탓이 크다.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광주·전남·전북 지역 저축은행 7개사의 전체 대출금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은 37.3%, PF 연체율은 13.8%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상황을 감안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통상적으로 등급 하향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을 부여해 재무구조 개선이 따르지 않을시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 비중이 업계 평균 대비 높지 않은 수준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선제적으로 떨어지면서 PF 대출 비율이 더 높은 저축은행들의 등급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신용등급이 'BB'급으로 떨어지면 투기 등급인 정크 본드로 분류돼 저축은행의 활로인 퇴직연금 운용 라이선스를 잃게 된다.
주요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역 저축은행은 대부분 신용등급 A급 이하이고 대손충당금이 부족해 추가로 수익성을 올리지 못한다면 신용도 전망이 좋지 않다"고 평했다.
지난 1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저축은행 브랜드평판 25위 내에 든 지역 저축은행 14개사 중 3대 신용평가사 중 한곳에서라도 유효 신용등급을 평정을 받은 곳은 10개사다.
가장 높은 등급은 IBK저축은행, BNK저축은행이 각각 'A(안정적)', DB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이 각각 '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키움저축은행은 'A-' 등급에 NICE신용평가로부터는 안정적 등급전망을, 한국기업평가로부터는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은 상태다.
모아저축은행은 'BBB+(안정적)', 스마트저축은행은 'BBB-(안정적)', 페퍼저축은행이 'BBB-(부정적)'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지역 저축은행들은 재무 건정성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앞다퉈 꺼내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달 4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모기업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상반기 내에 추가 자금조달을 계획 중이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