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사 최고 수준 국내외 신용등급 보유
보수적 포트폴리오 운영...부동산 PF 부실 영향 원천차단
[녹색경제신문 = 김진희 기자]
국내 비은행 금융사 중 가장 높은 국내외 신용등급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이 회사채 조기상환 행보를 이어가며 재무 건전성 강화와 저금리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여념이 없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최근 100억 원의 기존 발행 금융채를 조기 상환했다. 2023년 7월 발행한 운영자금 목적의 이 금융채의 표면금리는 4.27%로 최근 현대캐피탈의 금융채 조달 금리 3%대 후반 대비 높은 수준이다. 만기는 내년 2월로 9개월 가량 여유가 있지만 조기 상환에 나선 배경은 이자 비용 절감으로 풀이된다. 조기 상환 옵션은 설정돼 있지 않았다.
조기 상환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후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조달 경색 장기화를 대비해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자금 조달 전략을 밝히며 "만기 1년 이하의 자사 채권을 매입해 차입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향후 이자 지급 비용을 축소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유통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 관련 리스크 여파로 투자은행(IB)업계까지 신용 등급 도미노 강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나홀로 신용등급 상승을 이뤄내며 재무 건전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초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서 연달아 신용등급 'AA+'로 한 등급 상승을 이뤄낸 데 이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에서 'A' 등급으로 상향까지 달성했다. 국내 금융채 조달 비용 절감 효과에 해외 시장 발행까지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NICE신용평가도 "국내외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기업어음 발행 등 다변화된 조달수단 및 만기 장기화를 바탕으로 조달구조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유동성 대응능력이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지난 1월 7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기존 유통물 대비 낮은 금리 수준으로 조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형석 현대캐피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 현대캐피탈은 안정적인 자동차금융 자산 중심의 차별화된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모기업 현대자동차와 기아와 동일한 등급의 신용등급을 획득해 투자 수요를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의 채권 발행 금리도 현대캐피탈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달 총 2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서 2년물 3.74%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3년물은 3개월 CD 수익률에 0.40%p 가산금리를 적용해 금리를 확정한다. 최초 금리는 4.00%다.
현대캐피탈 채권의 발행 금리는 2023년 11월까지만 해도 만기를 불문하고 4.1~4.4%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자 절감 효과가 눈에 띈다.
투심도 현대캐피탈 채권을 반기고 있다. 지난달 현대캐피탈은 당초 2000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수요가 목표 금액의 3배인 6000억 원 가까이 몰려 1700억 원을 증액한 3700억 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금리도 민평 대비 -7~8bp수준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로 금융업계 전반의 근심거리인 부동산 PF 위기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부동산 PF 관련 대출은 2022년 1조 5713억 원에서 지난해 1조 5282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총채권 대비 4.38% 수준으로 절대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