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이야기] 디자인 개선 안 되나요? - 마시기 어려운 새 EU 규격 일회용 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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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이야기] 디자인 개선 안 되나요? - 마시기 어려운 새 EU 규격 일회용 물병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4.05.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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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소비자들, 사용 불편 호소
- 수거 후 분리・재활용 공정 인프라 확충이 관건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이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슈퍼마켓에서는 이른바 ‚병과 연결된 뚜껑(tethered caps)‘ 달린 새 음료수 병과 테트라팩 용기로 교체된 식음료 포장 용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EU 의회와 집행위가가 지난 2019년 잠점 지령한 ‚일회용 용기 및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안’ 지침에 의거, 오는 2024년 7월까지 시중 판매되는 모든 식음료용 플라스틱 재(PET) 음료수 병과 테트라팩 포장(Tetrapaks) 제품에 용기와 마개가 연결된 새 포장 디자인으로 일제히 교체해야 한다.

♢ 용기에 연결된 짧은 마개 줄, 여닫기 불편하고 마실 때 걸리적거려

이 규정은 2021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각종 1회용 플라스틱 용품 — 특히 외식 및 식료품 업계에서 널리 사용돼온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이프와 포오크 등 식용 기구 — 사용 전면 금지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EU의 그린 딜・ 순환 정책의 일환이다.

문제는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수거와 재활용 정책의 올바른 의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음료수 병과 뚜껑이 연결된 이 새 일체형 음료수 병 디자인에 이용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것.

병-마개 일체형 새 음료수 병의 개폐와 마실 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SNS 동영상 장면 =TikTok
병-마개 일체형 새 음료수 병의 개폐와 마실 때의 불편을 호소하는 SNS 동영상 장면. Rauch Eistee=TikTok

손으로 돌려 딸 때 걸리적 거릴 뿐만 아니라 뚜껑이 짧은 줄로 연결돼 있어 병 입구에 입을 대고 마실 때 불편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제프 찹 前 오스트리아 사민당 총재도 한 TV 인터뷰에 출연해 EU 정책과 기업들의 졸속 해법을 비판할 정도로 1회용 플라스틱 물병은 사회적 이슈다. 

소비자들은 이 새 병-뚜껑 일체형 용기 디자인의 불편함과 불합리성을 SNS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EU의 재활용 정책과 음료수 업계의 졸속적 대처를 조롱하며 이를 해결할 디자인적 해법을 요구한다.

♢ PET 병과 마개를 동시에 통합 수거해 재활용도 높인다.

EU가 용기-마개 일체형으로 플라스틱 음료수 병(PET)과 테트라팩 용기로의 교체를 추진한 본래 의도는 1) 병과 마개를 한꺼번에 회수해 2) 폐 용기의 재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고 3) 새 플라스틱 음료수 병과 마개 생산에 필요한 원유(화석연료)의 수입 및 의존을 최대한 낮추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이 무심코 소비하고 내버리는 1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병 따로 마개 따로 분리돼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렇게 분산돼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로 폐기되면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사라지거나 썩지 않은 채로 자연 곳곳에 버려져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

유럽 내 독일어권 음료수 시장에서 병-마개 일체형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가장 먼저 적극 도입한 코카콜라는 올 2024년 초부터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판매 중인 전 제품을 재활용된 PET병에 플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 소재 마개로 된 새 EU 규격 용기로 전면 교체했다. 그 같은 포장재 합리화 결과, 콜라콜라 브랜드 음료수 병의 개당 무게는 1.37 그램 가벼워졌고, 처녀 플라스틱 제조에 들어가는 원유 사용량도 줄였다고 보고한다.

2024년 7월부터 유럽연합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일회용 음료수 용기는 뚜껑이 연결된 병-마개 일체형으로 일제히 교체된다. ©2024 Vöslauer Mineralwasser GmbH
2024년 7월부터 유럽연합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일회용 음료수 용기는 뚜껑이 연결된 병-마개 일체형으로 일제히 교체된다. ©2024 Vöslauer Mineralwasser GmbH

♢ 전문 재활용 공장 시설 더 확충돼야

수거된 폐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도를 높이려면 현재 보다 전문 설비업체와 공장 시설이 더 널리 확충돼야 한다.

재활용 가능한 폐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리 수거통에서 수집되더라도 전문 재활용 시설에서 올바르게 재분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폐기・소각돼 사라지기 때문이다. 통상 음료수 용기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ET 플라스틱 병은 성질과 무게가 다른 두 가지 플라스틱으로 구성돼있다. 가령, 몸체를 이루는 병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마개는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지며, PET 병 보다 마개가 더 가볍다.

재활용 공장에 다다른 폐기된 병-마개 일체형 용기는 일명 ‚부유-침전 분리법(float-sink separation process)을 거친다. 용기는 병과 마개채 동시 미세 분해돼 뜨거운 물에 세척・소독된 후 냉수통에 넣어 물보다 무거운 성질의 분해된 PET 침전물과 물 표면에 뜨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으로 분리된다.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모범국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1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28%만이 재활용된다(자료: 오스트리아 연방 환경에너지부, 2019년 기준).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연합 내 식음료품 시장에서 새 용기-마개 일체형 PET 병과 테트라팩 용기가 전면 사용에 들어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용기 본체와 마개를 분리하지 않고 깨끗하게 재활용 분리 수거통에 폐기 실천하고 이를 재분리 및 가공할 수 있는 첨단 재활용 설비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만 오는 2025년까지 폐 플라스틱 재활용률 50%라는 야심찬 목표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스트리아 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 ARA(Altstoff Recycling Austria)는 전망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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