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거 후 분리・재활용 공정 인프라 확충이 관건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이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슈퍼마켓에서는 이른바 ‚병과 연결된 뚜껑(tethered caps)‘ 달린 새 음료수 병과 테트라팩 용기로 교체된 식음료 포장 용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EU 의회와 집행위가가 지난 2019년 잠점 지령한 ‚일회용 용기 및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안’ 지침에 의거, 오는 2024년 7월까지 시중 판매되는 모든 식음료용 플라스틱 재(PET) 음료수 병과 테트라팩 포장(Tetrapaks) 제품에 용기와 마개가 연결된 새 포장 디자인으로 일제히 교체해야 한다.
♢ 용기에 연결된 짧은 마개 줄, 여닫기 불편하고 마실 때 걸리적거려
이 규정은 2021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각종 1회용 플라스틱 용품 — 특히 외식 및 식료품 업계에서 널리 사용돼온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이프와 포오크 등 식용 기구 — 사용 전면 금지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EU의 그린 딜・ 순환 정책의 일환이다.
문제는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수거와 재활용 정책의 올바른 의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음료수 병과 뚜껑이 연결된 이 새 일체형 음료수 병 디자인에 이용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것.
손으로 돌려 딸 때 걸리적 거릴 뿐만 아니라 뚜껑이 짧은 줄로 연결돼 있어 병 입구에 입을 대고 마실 때 불편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제프 찹 前 오스트리아 사민당 총재도 한 TV 인터뷰에 출연해 EU 정책과 기업들의 졸속 해법을 비판할 정도로 1회용 플라스틱 물병은 사회적 이슈다.
소비자들은 이 새 병-뚜껑 일체형 용기 디자인의 불편함과 불합리성을 SNS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EU의 재활용 정책과 음료수 업계의 졸속적 대처를 조롱하며 이를 해결할 디자인적 해법을 요구한다.
♢ PET 병과 마개를 동시에 통합 수거해 재활용도 높인다.
EU가 용기-마개 일체형으로 플라스틱 음료수 병(PET)과 테트라팩 용기로의 교체를 추진한 본래 의도는 1) 병과 마개를 한꺼번에 회수해 2) 폐 용기의 재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고 3) 새 플라스틱 음료수 병과 마개 생산에 필요한 원유(화석연료)의 수입 및 의존을 최대한 낮추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이 무심코 소비하고 내버리는 1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병 따로 마개 따로 분리돼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렇게 분산돼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로 폐기되면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사라지거나 썩지 않은 채로 자연 곳곳에 버려져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
유럽 내 독일어권 음료수 시장에서 병-마개 일체형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가장 먼저 적극 도입한 코카콜라는 올 2024년 초부터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판매 중인 전 제품을 재활용된 PET병에 플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 소재 마개로 된 새 EU 규격 용기로 전면 교체했다. 그 같은 포장재 합리화 결과, 콜라콜라 브랜드 음료수 병의 개당 무게는 1.37 그램 가벼워졌고, 처녀 플라스틱 제조에 들어가는 원유 사용량도 줄였다고 보고한다.
♢ 전문 재활용 공장 시설 더 확충돼야
수거된 폐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도를 높이려면 현재 보다 전문 설비업체와 공장 시설이 더 널리 확충돼야 한다.
재활용 가능한 폐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리 수거통에서 수집되더라도 전문 재활용 시설에서 올바르게 재분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폐기・소각돼 사라지기 때문이다. 통상 음료수 용기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ET 플라스틱 병은 성질과 무게가 다른 두 가지 플라스틱으로 구성돼있다. 가령, 몸체를 이루는 병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마개는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지며, PET 병 보다 마개가 더 가볍다.
재활용 공장에 다다른 폐기된 병-마개 일체형 용기는 일명 ‚부유-침전 분리법(float-sink separation process)을 거친다. 용기는 병과 마개채 동시 미세 분해돼 뜨거운 물에 세척・소독된 후 냉수통에 넣어 물보다 무거운 성질의 분해된 PET 침전물과 물 표면에 뜨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으로 분리된다.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모범국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1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28%만이 재활용된다(자료: 오스트리아 연방 환경에너지부, 2019년 기준).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연합 내 식음료품 시장에서 새 용기-마개 일체형 PET 병과 테트라팩 용기가 전면 사용에 들어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용기 본체와 마개를 분리하지 않고 깨끗하게 재활용 분리 수거통에 폐기 실천하고 이를 재분리 및 가공할 수 있는 첨단 재활용 설비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만 오는 2025년까지 폐 플라스틱 재활용률 50%라는 야심찬 목표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스트리아 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 ARA(Altstoff Recycling Austria)는 전망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