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재용 위기론', 사법리스크에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HBM·파운드리 등 사업 '사면초가'
상태바
커지는 '이재용 위기론', 사법리스크에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HBM·파운드리 등 사업 '사면초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5.30 07: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삼노,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파업 선언...주가 급락
- HBM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반도체 수장 교체
-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방사선 피폭 등 사고 잇달아
- 이재용, 반도체 장비 수급 및 빅테크 CEO 회동 등 나서
-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항소심 재판 '사법리스크' 지속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969년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면서 '위기론'에 휩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면서 반도체 부문 수장을 교체하는 등 위기 돌파에 나섰으나, 전삼노의 파업 선언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며 위기론을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삼노는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고 있는 사측에 있다"며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2만8400명이 가입해 삼성전자 정규 직원 약 20%가 가입한 최대 노조 교섭단체다. 

전삼노가 조합원에게 전달한 1차 파업 지침은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이다. 현충일(6일)과 토요일 사이에 껴 있어 '징검다리 휴일' 연차 사용이 가능해 이날을 행동일로 정한 것. 

전삼노는 29일 서초사옥 앞 홍보용 트럭 버스에서 24시간 농성도 시작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대해서도 "회사는 지난 10년간 위기라고 외쳐왔다"면서 "하지만 노동자가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위기가 더 크며, 노조 리스크라고 얘기하지만 지금은 경영 위기 사태"라고 주장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969년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임금·복리후생 교섭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평행선 상태다. 노조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임금), 재충전 휴가 1일(휴가)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임금인상률 적용, 장기근속 휴가 확대 등으로 맞섰다. 이에 전삼노는 조합원 찬반 투표(찬성률 74%)를 거쳐 합법적 파업권을 얻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가 위기에 맞서 함께 극복해야 할 시기에 파업 등 강경 투쟁은 '공멸'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노조의 파업 선언 소식이 전해진 2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며 3.09% 급락했다.

전삼노 기자회견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행부가 참석하는 등 민주노총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조88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특히 AI(인공지능)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 수준이다. 4세대인 HBM3의 경우 SK하이닉스가 90% 정도를 차지랄 정도로 압도적이다. D램이나 낸드 등 메모리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사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반 HBM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먼저 준비했지만 2018년 TF를 해체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가 HBM 개발에서 앞서게 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프다.

심지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전 분기(14%)보다 1%포인트 감소한 13%였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1%에서 62%로 1%포인트 증가했다. 양사의 격차는 47%에서 49%로 더 벌어졌다. 지난 2020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19%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더욱이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외부 고객사 확보가 시급하다. 
 
그런데 구글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삼성전자에서 TSMC로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이탈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는 최악 국면에서 접어든다.

최근까지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를 이탈한 바 있다. 경쟁사인 TSMC로 대형 고객사들이 빠져나가면서 양사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2·3나노 등 첨단 공정에서 아직 대형 고객사의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직접 반도체 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2월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이 출하할 '하이 NA EUV' 장비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2나노 공정의 핵심 장비다. 

지난 4월에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독일 반도체 부품 업체 자이스를 방문한 모습

장비 수급을 위한 출장은 물론 파운드리 고객이 될 수 있는 빅테크 기업 CEO와도 직접 회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스시 회동'을,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은 일단 인사쇄신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DS)부문 새 수장으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임명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닐 때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적 없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심지어 전영현 부회장은 작년 12월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된 지 반년 만에 DS부문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또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재배치했다. 반도체 수장 교체와 반도체 투자부문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 해소에 나섰다는 평가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최근 상무급도 주 6일제 근무를 내세우며 위기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삼노의 파업 선언은 이재용 회장에게 '엎친 데 덮친 격' 위기감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7일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도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에는 악재가 속출했다.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어린이집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4일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즉각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27일에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파업 여파 등으로 아직 취임사 발표도 못하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파업 수습은 물론 HBM의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통과, 파운드리 사업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오는 6월 12∼1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FE 포럼 2024'를 열고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과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략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 IT전문가는 "삼성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라며 "HBM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게 밀리고 파운드리에서는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휴대폰은 이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파업이라니...노사가 합심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창기 2024-06-01 18:31:36
SAMSUNG 지속불가능한 ESG (CSR)

검찰, 이재용에 징역 5년 구형..."삼성식 반칙의 초격차 보여줬다" [지금이뉴스] / YTN - YouTube

VIETNAM youtube
https://youtu.be/3tRVYb4dbv0

https://youtube.com/shorts/QPAOy3PROM4?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