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SK온이 미국산 리튬 공급망 확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력을 강화한다.
SK온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배터리 원소재 콘퍼런스인 ‘패스트마켓 콘퍼런스(Fastmarkets Conference)’에서 엑손모빌(Exxon Mobil)과 리튬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박종진 SK온 전략구매담당 부사장과 댄 홀튼(Dan Holton) 엑손모빌 저탄소솔루션 사업 부사장 등 양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엑손모빌, 2030년부터 연간 전기차 100만 대 분량 리튬 공급
이번 MOU를 통해 SK온은 엑손모빌이 아칸소(Arkansas)주 리튬염호에서 직접리튬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 기술을 사용해 생산한 리튬을 최대 10만t 공급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물량은 본 계약 체결 후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DLE기술은 염수에서 흡착 등을 통해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공법을 가리키는데, 경암 채굴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며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크지만 염호에서 소금물을 증발시켜 리튬을 얻는 기존 방식 대비 생산 기간이 짧아 생산성이 높고 물 사용량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은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초 아칸소 염호를 인수하고 같은 해 11월 리튬 채굴을 개시했다. 염호에는 전기차 5천만 대 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탄산리튬환산기준(LCE·Lithium Carbonate Equivalent) 4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엑손모빌은 2030년부터 연간 전기차 100만 대 분량 리튬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리튬 추출이 일반 유정 굴착과 공정처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 석유 시추에 대한 전문 지식이 확보되어있는 엑손모빌이 이 부분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협약과 관련해 박종진 SK온 전략구매담당 부사장은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 소비자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IRA 요건을 충족하는 핵심광물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댄 암만(Dan Ammann) 엑손 모빌 저탄소솔루션 사업 사장은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더 많은 리튬이 필요하고, 우리는 미국 내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K온과의 협력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제조업 활성화 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IRA, EU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 흑연 공급 구매 계약, 2022년 11월 칠레 SQM과 리튬 공급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9년 12월 스위스 글렌코어와도 코발트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 행보...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리튬 잡아라"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차 전제 제조업체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도 리튬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 광산업체와의 장기 공급 계약, 광산 지분 투자, 그리고 직접 광산 개발 등의 전략을 통해 리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
삼성SDI는 호주와 남미 지역의 리튬 광산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리튬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필바라 미네랄즈(Pilbara Minerals)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리튬 공급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남미 지역의 리튬 삼각지대(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에 집중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튬 생산 기업과 공동으로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볼리비아 정부와도 협력해 리튬 자원의 확보를 확대하고 있다.
문홍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