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최근 발생한 횡령사고를 의식해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내부통제와 관련해 책임자만 바뀌었을 뿐 시스템 개선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상반기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박구진 은행 준법감시인이 지난달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이 자리는 우리금융지주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새로 맡았다.

더불어 횡령 사고와 관련이 있는 전·현직 결재 라인, 소관 영업본부장, 내부통제 지점장 등은 직무에서 배제하고 후선으로 배치하는 등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지주 준법감시인에는 정규황 우리금융지주 감사부문장이, 감사부문장에는 정찬호 부사장이 선임됐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인사발표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라며 “은행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신뢰와 영업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대규모 쇄신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우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본다.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언제든 시스템의 헛점을 노린 횡령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은행이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통제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책무구조도를 완벽히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는 개별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따른 담당 인원의 책임과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한 문서를 말한다.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게 되면 CEO 등 임원진을 제재할 근거가 생겨 내부통제 시스템이 개선될 전망이다. 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만 은행이 전사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진도 같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내부통제 시스템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면서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해 우리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한 검사 기한을 2주 정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우리은행 현장검사 기한은 이달 5일까지였지만, 횡령사고가 발생한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까지 검사를 확대하면서 검사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