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목으로 수수료 발생하고 절세 효과無...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실익' 계산해야
신탁 관리 자산에 대한 대법원의 유류분 판례 없다는 점도 고민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로 유언대용신탁을 주목하고 있다. 골치 아픈 상속 과정에 '도우미'가 필요한 시니어 소비자를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는 데다가 유류분 침해 논란 등이 남아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의 자산을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상품이다. 부동산, 현금, 유가증권 등의 자산을 금융기관이 관리하다가 고객 사후에는 사망 전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라 상속 및 배분한다. 유언장과 비교해 상속 계획, 규모 등을 유연하고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장점이다. 금융기관에 맡긴 자산에 대한 운용수익 역시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주도권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쥐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난 1분기말 기준 유언대용신탁 누적 잔액은 3조3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주요 생보사가 뛰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은 교보생명은 연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4월 상품을 출시했으며 저변 확대를 위해 영업점 방문, 컨설팅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생보업계는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고령화로 인해 상속 문제를 현실로 맞은 중장년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 출생) 세대가 은퇴 시기에 돌입한다. 실제로,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속 및 증여 재산 규모는 188조4214억원으로, 2017년 90조4496억원 대비 2.1배 증가했다. 신시장 개척에 목마른 생보사로서는 선발주자가 있더라도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기 전 '손익 계산'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산을 금융기관에 맡겨 '고객 대신' 관리하게 하는 상품인 탓에 여러 명목으로 수수료가 발생한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계약보수는 신탁재산가액의 0.5~1%, 집행보수는 0.75~1.5% 수준이다. 매년 내는 관리보수는 신탁원본평균잔액의 0.3~1% 수준이다.
한 변호사는 "금융사 유언대용신탁의 수수료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수수료를 줄이고 싶다면 금융기관이 아닌 상속인을 직접 수탁자로 정하는 개인간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절세 효과도 없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지급된 재산에도 상속세는 부과된다. 절세가 목적이라면 자산 규모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절세 혜택이 없다는 점이 금융사 유언대용신탁의 약점 중 하나"라며 "해당 상품으로 금융사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만큼 활성화 방안이 다채롭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결론 나지 않은 이른바 '유류분 논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받은 재산을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 하급심 판례가 엇갈린다. '깔끔한' 상속을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했음에도 상속 내용에 따라 자녀 등 상속인 사이에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변호사는 "최근 판례는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된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긴 하다"면서도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라 상속인 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유언대용신탁 가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