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정부의 탑다운 방식 개발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중심이 되어야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현 정부를 넘어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 중 가장 뜨거운 이슈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둘러싼 정부 관계자들, 전문가들의 논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물론, 지역 소멸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가속화시켜 그간 세종시가 겪어온 부작용과 실패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 도시공간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았다.
정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 문제, 지방 소멸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성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과 관련해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라며 “지방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앙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도시공간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1차 지방 이전을 예로 들면 이는 지방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세종시가 대전의 인구를 빨아 당긴 실패작”이라며 “2차 지방 이전에서도 정부가 이와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 및 지역 시장 등은 1차 지방 이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많은 과제를 남겼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다”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초기 세종시에는 여러 구상안이 존재했으며 ‘트램 등을 타고 도시를 원형으로 돌며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세종시가 오송역과 직접적인 교통 연계에 실패하면서 어긋나버렸다. 개발과정에서 저밀도로 하나둘씩 상가들이 만들어졌고, 세종시는 사실상 차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
이로 인해 세종시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정주하는 도시가 아니라 빠르게 인구를 빨아들이고, 빠르게 내뱉어버리는 ‘밑 빠진 독’ 같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는 출범 12년을 맞이한 지난 6월 기준 충청권 내에서 전출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기록됐다. 5월 기준 2,853명이 전입했지만 같은 달에 3,928명이 타 시도로 전출했을 정도다.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7월 둘째 주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도시 공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세종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앙 정부의 탑다운 방식의 개발이 아니라,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정도만 확정 짓고, 나머지는 지방이 중심이 되어 자율적으로 지속적인 개발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과 충남 지역의 혁신도시 지정 이후 기대와 희망이 실망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 이전 정책이 단순히 행정적인 이전을 넘어서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은 단순한 행정적 이전이 아니라 지방의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최근 개최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과 방향 모색’ 국회 세미나를 비롯해 논의 중인 다양한 의견들은 앞으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 정책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