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손익 5539억원…3년 연속 흑자,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 추세
교통사고자 한방 진료 증가 원인…근골격계 치료에 특성화된 한의 치료 효과 때문
[녹색경제신문 = 강성기 기자] 교통사고를 당해 한방병원에 입원 뒤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회사원 명 석씨(과천・42)는 요사이 심신이 편치 못하다. 명 씨는 경상환자로 분류돼 2주마다 진단서를 발부받아야 하는 상황이 언짢다.
정부가 일명 ‘나이롱환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상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고,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2주 간격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명 석씨는 보험사가 자신을 나이롱환자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보험 가입 대수는 2500만대를 훌쩍 넘었다. 이 중 교통사고로 한방치료를 받은 인원은 163만명으로, 6%에 불과하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한방치료를 받는 환자가 극히 일부인데도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한방치료 때문으로 몰고 있다”면서 “사고가 나지 않은 대다수의 보험료가 보험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단순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21조484억원으로 전년보다 2810억원 증가했다. 이들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553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59억원 증가하는 등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2019년 92.9%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2023년 80.7%를 기록했다.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7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을 단순 한방진료비의 과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수입차 증가에 따른 비싼 부품가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에 물적담보 손해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인적담보 손해율은 2017년 81.8%에서 2018년 78.5%로 감소했지만, 물적담보 손해율은 69.2%에서 79.8%로 급등했다.
무엇보다 최근 한방진료비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대비 보장범위가 넓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특성’과 ‘근골격계 치료에 특성화된 한의 치료행위에 대한 효과성’ 등이 반영된 영향 때문이라고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주장한다.
건강보험 한의과 진료는 의과보다 보장률이 낮고 의과와 달리 비급여 행위에 대해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자동차보험은 의과와 한의과 모두 동일하게 비급여 진료도 보장해 환자는 동등한 조건에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한의과 진료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많이 선택한 것”이라고 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일부에서 한방진료비만 유독 세부 심사지침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첩약·약침 등 비급여 한방치료는 오래전부터 그 수가가 통제되고 있으며 그 심사기준도 점차 세밀해지고 있다”고 협회 측은 강조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 고시로 첩약·약침에 대한 자료제출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한의 의료기관들에 대해 첩약 처방일수, 약침 시행 횟수 등 경상환자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심사기준들이 현재 적용되고 있다.
이밖에 “일각에서 ‘세트치료’라는 표현으로 복합 투약 및 시술을 폄훼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선 각기 다른 효능의 약물과 시술을 복합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협회 측은 밝혔다. 통상 감기몸살 환자가 병원에 가면 주사나 링거 및 약을 증상에 따라 복합 처방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진료의 경우 낮은 보장성이나 비급여 행위의 실손보험 미적용 등으로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 접근성이 낮다"며 "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과 진료와 의과 진료간의 보장성 환경이 동일해 한방진료 효과를 경험한 다수의 환자가 한의의료기관을 선택해 관련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기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