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체 민원 건수 중 보험사 비중은 되려 ↑... 87%로 전년 동기 대비 34.23%p↑
이복현 금감원장 올 5월 "'보험산업은 민원왕' 불명예 얻었다" 비판... 보험업계 향한 압박 거세질 가능성 있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업계의 '금융권 민원왕' 타이틀이 올 상반기 더욱 확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건수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타 금융업권의 감소폭이 보다 두드러지며 전체 민원 건수에서 보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 대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의 민원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634건)보다 6.12% 감소한 2만8757건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생보업계가 896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4% 줄었으며, 손보업계는 1만9788건으로 3.28%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두 업권 모두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형사의 민원건수가 감소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먼저 생보업계는 삼성·한화·교보·신한·NH농협 등 상위 5개사가 일제히 민원을 줄였으며 이 중 신한라이프의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신한라이프의 올 상반기 민원 건수는 8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했다.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 또한 민원을 크게 낮췄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민원 건수는 193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5% 감소했으며, NH농협생명은 578건으로 17.42% 줄었다. 한화생명(-2.82%)과 교보생명(-0.86%)은 소폭 감소했다.
손보업계의 경우, '빅5(메리츠·삼성·현대·KB·DB)' 가운데 현대해상만 민원이 증가했다. 업권별 상위 5개사를 통틀어도 민원이 증가한 곳은 현대해상이 유일하다. 현대해상의 올 상반기 민원 건수는 3484건으로 전년 동기(3460건) 대비 0.69% 증가했다.
나머지 4개사는 비슷한 수준으로 민원이 줄었다. KB손보가 전년 동기 대비 6.87% 감소한 2940건의 민원 건수를 기록했으며, 이어, 메리츠화재(-6.47%·2716건), 삼성화재(-5.71%·3298건), DB손보(-3.11%·3395건) 순이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 같은 성적표에도 마냥 웃을 수 없게 됐다. 금융권(은행·보험·증권·카드) 전체 민원 건수에서 보험사의 비중이 되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권별(저축은행권 제외) 각 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 전체 민원건수(3만2725건)에서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7.87%(2만8757건)로 전년 동기 대비 34.23%p 늘었다.
이는 증권사와 카드사가 민원을 대폭 줄이며 비중을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민원 건수는 12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5% 감소했고, 카드사는 2048건으로 47.9% 줄었다. 두 업권 모두 지난해와 같은 '결정적인 이슈'가 없었다는 점이 민원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공모주 청약 관련 접속장애, 카드사는 특정 카드의 단종으로 지난해 다수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는 민원을 일으킬 사건이 크게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보험업계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에 한 차례 '옐로카드'를 꺼낸 이 원장의 압박이 한층 거세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 원장은 지난 5월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보험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대신 출혈경쟁에만 몰두해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며 "소비자 신뢰도가 다른 업권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이 원장은 "보험업권이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재도약하기 위해선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사 고유의 업무가 타 금융업권 대비 많은 민원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이 원장이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과당경쟁 등 보험사가 벌여온 잘못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 결과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