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지연율도 6.45%로 전체 손보사 중 가장 높아
하나손보, 삼성화재 출신 배성완 대표 등 외부 인사 수혈... 장기보험 확대 등 체질 개선 총력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하나손해보험이 '3중고'에 빠졌다.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소비자 신뢰도와 연결된 보험금 지급지연율은 3년째 최하위다. 때문에, 배성완 대표를 필두로 체질 개선을 위해 투입된 외부 수혈 인사들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보는 올 1분기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또다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하나손보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출범한 이래 꾸준히 적자를 쌓고 있는 상태다. 2020년 68억원, 2022년 689억원, 지난해 8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당기순이익 170억원을 달성하며 한 차례 흑자전환했으나 사옥 매각이익(358억원)이 반영된 데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재무건전성 역시 먹구름이 낀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하나손보의 경과조치 이전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29.3%로, 지난해 말 153.1%에서 23.8% 감소했다. 금감원의 지급여력비율 권고치는 150%이며, 보험업계의 경과조치 이전 지급여력비율 평균은 올 3월말을 기준으로 206% 수준이다. 즉, 하나손보의 재무건전성이 업계 평균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권고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추가소요 지급비율(보험금 지급지연율) 또한 지속적으로 지적 받는 부분이다.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약관에서 약속한 일자보다 보험금 지급이 늦어진 건수를 전체 보험금 지급건수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클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늦게 지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하나손보의 지난해말 기준 추가소요 지급비율은 6.45%로 전체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하나손보는 추가소요 지급비율에서 3년째 손보업계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높은 추가소요 지급비율이 고객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이 늦어질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에 대해 크고 작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 전문가는 "하나손보 같은 중소형사가 대형사처럼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은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보험금을 늦장 지급하는 보험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손보가 배 대표와 같은 외부 영입 인사를 중심으로 대면영업과 장기보험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하나손보는 올 1월 삼성화재 출신의 배 대표를 선임한 데에 이어 지난 5월에도 이규용 전 삼성화재 상무와 양석 전 상무, 장장길 전 메리츠화재 상무 등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디지털보험사를 표방하던 하나손보가 내부 인재 대신 종합손보사 출신의 외부 인사를 택하며 방향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인사가 대형사의 DNA와 노하우를 하나손보에 얼마나 이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손보의 '외부 소방수' 투입은 일단 통하는 모양새다. 올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했지만 적자 폭은 전년 동기(83억원) 대비 30% 수준으로 줄이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체질 개선 성과가 한층 뚜렷해지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적, 킥스, 지급지연율 모두를 단기간에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외부 영입 인사가 제시하는 해법에 따라 단계별로 경영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이 하나손보의 현재 방향성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