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증액과 지연된 행정 절차…내년 착공도 불투명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이 정부와 가평군, 춘천시의 노선 갈등 등으로 약 5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19년 1월 국가균형프로젝트로 선정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가평군에 따르면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은 남양주에서 춘천까지 이동시간이 50분대에서 30분대로 단축되고 경춘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만성적인 교통혼잡을 개선하는 대안 노선으로 추진됐다.
노선은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에서 가평을 관통해 강원 춘천시 서면 당림리를 잇는 33.6㎞ 구간을 왕복 4차선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와 국도의 교통량을 분산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
3년간 지속된 갈등 봉합되나 했더니...정부가 밥상 뒤집기
본래 계획대로라면 해당 구간은 5개 공사 구간으로 나뉘어 2024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 계획으로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결국 1년이 지연됐다.
처음 문제는 가평군과 춘천시의 노선 대립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당시 금남JCT~남이섬·자라섬 사이를 관통하는 노선안 원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가평군은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을, 춘천시는 가평도심을 우회하는 서울~춘천 최단거리 노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본 설계 노선계획(안)이 나온 2022년까지 3년여간 국토교통부와 가평군, 춘천시는 각각의 노선(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가평군과 춘천시는 기존 경춘국도(국도 46호선) 북측과 가평군 남측 시가지인 자라섬 북측을 통과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당시 수도권과 춘천을 '최단 거리·최단 시간'에 연결한다는 사업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절충안에 따라 지자체간의 긴 갈등이 마무리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 사이에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다. 그리고 국토부에서 노선 일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양쪽 주민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렵게 가평과 춘천의 중재안이 마련됐는데, 정부에서 밥상을 엎어버린 셈이 됐다.
정부는 ▲급경사·급커브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청평면 춘천 접근 동선 불리 ▲국도 37호선으로 인한 산장 관광지 경관 훼손과 민원 우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가평 구간에서는 해당 인터체인지(제2공구 '나')의 위치를 상면 덕현리에서 청평면 하천리로 변경해 46번 국도에 연결하는 내용을 검토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이런 내용으로 2023년 6월 29일 가평군 상면 덕현리 산장관광지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20분 만에 중단됐다.
주민들은 상면·조종면의 주도로인 국도 37호선이 제2경춘국도와 연결되는 기본 설계 노선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춘천시민의 반발도 거세다.
주민들은 춘천 서면 안보리 구간 '라' IC에서 국도 46호선을 이용해 가평 방향으로 진입할 경우 교통체증이 극심해진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이에 2023년에서 기약없이 1년이 지났고 불과 4개월 뒤면 5년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분쟁 중에 올라버린 건설비용 증액, 지난해 사업 맡겠다는 건설사 없어 '전 구간 유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피해진 건설비용 증액도 내년 상반기 착공에 걸림돌이다.
2019년 예타 면제 당시 건설비용이 9000억원으로 책정됐으나 현재는 사업비가 1조286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증액 규모가 39% 늘어난 것이다. 사업 계획 변경에 따라 기재부의 적정성 검토도 받아야 한다.
정책 전문가는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 자체의 타당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지자체간의 장기적인 갈등이 변수가 됐고, 그 사이에 정부가 바뀌고 현재 국토부에서 사업을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르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조기 착공에 힘을 싣겠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지난해 이 금액으로 각 구간 입찰을 시도했으나 사업을 맡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고 했다.
현재 기본 설계는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사업비 증액 등으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년 상반기 착공도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의 목적이 지역 발전과 교통 효율성에 있는 만큼, 기술적 대안과 환경적 고려를 균형 있게 반영한 새로운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