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 관련 문제가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숙은 원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레지던스 호텔 등)로, 단기 숙박을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이다. 그러나 일부 개발업자와 투자자들이 이 시설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판매하거나 임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제도개선 간담회'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염태영 국회의원은 "생숙 용도 변경 계도 기간이 곧 종료되는데,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전세사기와 같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분양자와 임차인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숙은 초기에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다. 호텔이나 레지던스와 같은 단기 숙박을 위한 시설로 분류되었지만, 동시에 장기 거주가 가능한 일부 설비를 포함하면서 주거와 숙박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법적 모호성 때문에 개발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주거용으로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정부가 즉각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웠다. 뒤늦게 국토부는 이행강제금을 내라고 했지만, 몇년간 생숙에 투자한 피해자(수분양자)가 수만명으로 늘어난 상황이었기에 즉각 반발에 부딛혔다. 

지난해 국토부는 이에 따라 24년 말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4개월 뒤면 계도기간이 끝나게 되는데 1년 사이에 별다른 대책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생숙 10만 3,820실 중 용도변경을 받은 사례는 고작 1.1%(주택산업연구원 자료 기준)로 1,173채 밖에 되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생숙의 용도 불일치,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

이번 간담회에서 생숙의 용도와 실제 사용 간의 괴리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됐다. 성균관대학교 김지엽 교수는 "생숙은 원래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설계되었으나, 현재는 주거지로 사용되며 본래의 용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생숙이 주거지 인근에 위치하면서도 숙박시설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규제 회피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의원도 "생숙 문제는 작년부터 계속 논의됐지만, 명확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생숙을 주거시설로 인식하면서도 제대로 된 규제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규제 일관성 부족과 초기 대응의 미흡

간담회에 참석한 주택산업연구원 서종대 원장은 "생숙 문제는 지역별로 규제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이 큰 원인"이라며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 생숙이 집중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현재의 복잡한 상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김현주 수원시 생활숙박시설협의회 대표는 "지자체는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규제만 시행하려 하고, 입법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도 개선 방향, 유연한 법적 지위와 실질적인 대안 필요

전문가들은 생숙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한 법적 지위와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엽 교수는 "주거와 숙박의 경계를 엄격하게 나누기보다, 실질적인 사용 목적에 맞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오피스텔처럼 생숙도 준주택으로 인정해, 주거 용도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서종대 원장은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숙의 경우, 입주자들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대표는 "현재 생숙 소유주들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요구에 시달리고 있으며, 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규모 파산과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유예기간을 주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생숙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실과 제도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생숙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규제 일관성을 확보하며 신속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