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두 개·네덜란드에 한 개 회사 설립한다는 뜻
EU 필두 비난에 중단...다른 조세회피처인 싱가포르로?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애플 사용자들에게 "아일랜드의 '애플 디스트리뷰션 인터내셔널 Ltd'가 아닌, 싱가포르의 '애플 서비스즈 Pte. Ltd'에서 수행하는 서비스 운영에 동의해야 한다"는 안내가 뜨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애플이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하던 것이 EU(유럽연합) 압박으로 막히면서 서비스 제공 법인 주소를 옮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과 여러 제약회사는 그동안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의 세법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수법을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각각 두 개와 한 개의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착안해 이러한 조세회피 방법은 '더블 아이리시와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고 불린다.
두바이 소재 벤처캐피털인 '패스터캐피탈'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더블 아이리시와 더치 샌드위치' 수법을 써 세금을 줄인다.
먼저 다국적기업 A가 아일랜드에 두 개의 자회사(B, C)를 설립하되 이 중 하나는 셸 컴퍼니(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한다. 그리고 네덜란드에도 A의 자회사를 하나(D) 설립해 둔다.
이때 아일랜드에 설립해 둔 자회사 B는 핵심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B는 셸 컴퍼니인 C에 이 무형자산의 라이센스를 주고, 네덜란드의 자회사 D는 C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B와 C는 아일랜드에 위치한 만큼 낮은 법인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일랜드의 또 다른 장점은 해외 수익에 있어 세김을 유예한다는 점이다.
패스터캐피탈은 "아일랜드는 법인세가 12.5%로 낮아 조세피난처로 불릴 뿐만 아니라, 수익을 아일랜드 자회사에 예치해두면 그 회사는 아일랜드에 주소가 있는 회사지만 수익이 창출된 곳에 주소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수익을 본국으로 이전시키기 전까지 세금을 안 내도 된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정책도 세금을 줄이는 데에 기여한다.
패스터캐피탈은 "아일랜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세금이 적기 때문에 무형자산을 아일랜드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이득이다. 아일랜드는 자회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금액에 대해서는 공제해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 자회사 D를 두면 낮은 법인세는 물론 사업상 지출이나 R&D 비용은 공제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EU를 필두로 한 국제적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같은 조세회피는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글로벌 금융 미디어 온라인 매체인 인베스토피디아는 "국제적 비판이 커지면서 2015년 아일랜드 정부는 이러한 조세회피 가능 수단을 모두 차단해 버렸다. 이로써 다국적기업이 '더블 아이리시와 더치 샌드위치' 수법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2020년 경 종료됐다"고 밝혔다.
애플이 언제 싱가포르에 유한회사 설립했는지에 대해 밝힌 자료는 없다. 다만 온라인 아카이브에 따르면 애플 서비스즈 Pte. Ltd는 2023년 1월 경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법인등록번호(UEN)가 발급받았다.
싱가포르에 법인 설립을 중개하는 한 업체는 "싱가포르 법에서 단독 유한회사(Pte. Ltd.)는 싱가포르의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한회사 유형이다"며 "주주들은 보유 지분을 초과하는 회사 부채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식 양도가 편해 자금 조달도 쉽고, 대중에게 공개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낮은 법인세율로 기업들에게 인기가 크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싱가포르의 낮은 세율과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인센티브는 싱가포르를 '조세 피난처'라 부르기 걸맞다"고 평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