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급 과잉 영향, 하반기 물동량 증감 여부는 미지수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제 분쟁의 영향으로 급상승 추세를 보이던 글로벌 해상운임 지수가 지난 5월 말 이후 약 세 달 만에 3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선박 공급 과잉, 물동량 증가에 따라 해운 시황이 하향세로 전환하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2963.38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34.2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 7월 이후 SCFI는 꾸준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홍해 사태 등 영향에 따라 해상운임이 급증하면서 7월 5일 기준 3733.80까지 치솟았지만, 그 이후로 하향 안정화에 접어들었고 5월 31일 3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약 세 달 만에 3000선 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글로벌 해상운임이 급증한 영향은 작지 않았다. SCFI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더 높아지면서 선박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이른바 ‘물류 병목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해상운임이 높아지자 HMM 등 해운사는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HMM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6634억원과 영업이익 6444억원을 달성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2%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에 따라 전통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HMM은 실적 개선에 대해 “홍해 사태 지속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 976p였던 SCFI가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2319p로 상승했다”면서 “운임 상승과 수익성 위주의 영업 강화로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운업계를 제외한 나머지 수출기업들에게는 해상운임 상승이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군 입장에서는 수출 비용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원재료 수입 비용도 늘어 원가 상승을 감내해야 했다.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제42차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제2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선박 부족사태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선박 10척(7만8000TEU)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SCFI가 지속 하향하면서 이러한 물류 병목현상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해운 관련 기관들은 해상운임 하향의 원인으로 선박 공급 과잉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8월 아시아-북미 주간 공급량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하며 공급과잉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세계 선복량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5%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하반기 물동량의 증감 여부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확실시 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물동량이 일부 증가할 가능성도 있지만,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이전하거나 기존보다 가까운 거리로 옮기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물동량이 감소할 수도 있어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