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HK이노엔-보령), 펙수클루(대웅제약-종근당), 자큐보(제일약품-동아에스티)... P-CAB 시장 3자 구도 형성
'PPI에서 P-CAB으로'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전환 가속화될 듯
[녹색경제신문 = 권혜진 기자]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연내 출시가 예상되는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영업 및 마케팅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로써 국내 P-CAB 시장은 케이캡(HK이노엔-보령), 펙수클루(대웅제약-종근당), 자큐보(제일약품-동아에스티)의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대표 김존)는 ‘자큐보정’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위한 파트너로 제일약품(대표 성석제)과 동아에스티(대표 정재훈)를 선택하고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는 국내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자큐보정’의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는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대한민국 37호 신약이다. 앞서 출시된 HK이노엔의 ‘캐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같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약물이다.
‘자큐보’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대한민국 37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29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조건부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약평위를 통과한 약제는 ‘60일 이내’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 타결 후 ‘30일 이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한금액이 결정·고시되므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연내 급여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큐보정’은 기존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 계열 약물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느린 약효 발현과 짧은 반감기, 식이 영향, 약물 상호작용 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PPI 제제는 최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4~5일이 소요되는 반면, ‘자큐보정’은 복용 즉시 효과를 발휘하며 긴 반감기로 인한 야간 속쓰림 증상 완화에 더욱 효과적이다. 위 내 산성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하지 않아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의약품 통계정보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P-CAB과 PPI 제제의 매출액은 총 9127억원 규모로, 이 중 P-CAB이 차지하는 비중은 23.8%(2176억원)에 달했다. P-CAB의 시장점유율은 출시 첫해인 2019년 상반기 4.0%에서 올 상반기 27.1%까지 증가했으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화기 부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 간의 만남이어서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동아에스티는 '모티리톤', '가스터', '스티렌' 등 블록버스터 소화기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소화기 신약 론칭 및 발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제일약품 또한 소화기 질환 분야에서 오랜 기간 강력한 영업∙마케팅력과 성공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제일약품은 이번 파트너십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P-CAB 시장과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정’의 기허가 받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뿐만 아니라, 위궤양 및 NSAID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 등 다양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는 “동아에스티와의 파트너십이 ‘자큐보정’이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자큐보정’의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방안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진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