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기조에 '긍정신호' 보내... 지난달 '비판'에서 급선회
관계자 "이 원장, 관치금융이라는 지적 의식한 듯...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메시지 통일 이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최근 대출심사 강화 기조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지난달 2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행들이 금리인상으로 손쉽게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의 지난달 발언을 두고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며 "이 원장이 해당 비판들을 의식해 최근 은행 자율의 대출 관리를 강조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메시지 통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8개 국내은행 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갖고 최근 가계대출 취급동향 등을 논의했다.
먼저 이 원장은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지 못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며 "국내은행은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태로 금융불균형이 쌓이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도 우려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편에서는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 성장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와 갭투자 방지 등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련 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에 '긍정 신호'를 보냈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별은행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하는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대한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은행권의 각기 다른 대출 제한 정책으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불편과 관련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는 중"이라며 "이는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로 다른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일어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어떠한 제약요인이 있었는지, 현장에서 바라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기탄없이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하고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관리방안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며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의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