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수요 역성장, 내수 부진에 의한 국내 철강산업 다운사이클 도래
중국 경제여건, 높은 건설 의존도 등 고려했을 때 철강시장 회복시기 불투명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 이후 지속적인 이익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철강수요 및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촉발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는 글로벌 철강수요에 대해 중단기 저성장을 전망했다. 중국의 수요 부진은 지속할 것이라고 봤고, 한국은 2024년 단기 후퇴를 예상했다.
세계철강협회의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철강수요는 올해 17억9300만톤에서 2025년 18억1500만톤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수요는 올해 8억9600만톤에서 내년 8억8700만톤으로 소폭 감소, 한국의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모두 5400만톤 수준으로 대동소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부진과 함께 국내 철강산업은 지난해 이후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철강사들의 매출 대비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비율을 보면, 2021년 19.5%까지 올랐다가 2022년 11.3%, 2023년 10.5%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같은 지표를 놓고 작년과 올해 상반기를 비교해 봤을 때는 2023년 상반기 11.5% 수준에서 2024년 상반기 9.6%까지 낮아졌다.
EBITDA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순수 영업 성과 등을 포함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3년 동안 철강사들의 상반기 EBITDA는 2022년 7조3000억원에서 2023년 4조8000억원, 2024년 3조6000억원(모두 상반기 기준)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같은 수익성 부진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업계에서는 값싼 중국산 철강과 내수 부진을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나 인건비 등을 따져봤을 때 우리가 생산하는 철강의 원가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철강의 원가가 다르다”며 “수입산과 국산 제품 간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국산보다 훨씬 저렴한 중국산 철강이 국내로 수입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국 철강시장의 회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당면한 경제여건과 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중국 철강시장의 회복시기는 불투명”하다며 “세계 공급망의 탈중국화 기류가 부동산 및 제조업 투자환경을 저해해 중단기적으로 중국 철강 소비구조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주도의 철강 설비 구조조정 및 감산 조치에도 중국 조강생산량은 2020년 이후 10억톤을 지속 상회했다”며 “경제성장률 둔화와 과도한 부채부담 등으로 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내수 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도 철강산업의 부진을 이끌고 있는데, 이 역시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서는 “2023년 이후 건설업 침체, 유가 및 북미 철강 시세 조정 등에 따른 에너지특수가 일단락되고 범용시장 중심으로 중국산 대체 현상이 심화됐다”면서 “이러한 전방위적 수요여건 저하 속에서 국내 철강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부재했고, 높은 도시화율과 인구변화 속 건설 의존도가 높은 내수 정체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러한 국내 철강산업의 성장 활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업 재구성 및 미래 투자에 다른 단기 변동성 노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투자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사업역량과 재무적 체력 확보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의 시장 상황을 타개할 만한 뚜렷한 해결책이나 수요산업은 없고, 성장 활로를 뚫는 데 필요한 투자부담을 감내하기 위해 사업역량과 재무적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 연구원은 “중국 수요 부진은 과거와 같은 유의미한 공급 충격이 없을 경우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내수 역시 시장 포화 및 높은 건설 의존도에 따른 소비구조 한계에 봉착해 현재 성장을 견인할 수요산업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