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밸류업 공시 확산 부정적 영향 우려
업계 "중소형 증권사, 현실적으로 밸류업 검토 어려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DB금융투자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실패가 기업가치제고(이하 밸류업) 계획 확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DB금융투자는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편입 특례요건으로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 여부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시장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수 편입에 실패하자 밸류업 공시 확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세다.
일각에선 중소형 증권사는 DB금융투자의 밸류업 지수 편입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밸류업 계획 공시에 관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 증권사들이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 공시를 준비 또는 진행하고 있다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아직 전반적으로 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부동산 금융 업황 악화 장기화로 대손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 계획 공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DB금융투자의 지수 편입 실패를 포함해 향후 상황을 더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선정에 비중 상한제를 적용하고 종목이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지 않도록 한 가운데 평가지표로 ▲시장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당기순이익)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소각) ▲시장평가(BR) ▲자본효율성(ROE)을 활용하고 다섯 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한 기업들을 스크리닝을 통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거래소는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을 위해 특례를 제공하기 위해 평가지표 최소요건을 충족하면 지수 편입에 최우선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지수 편입에 기대감을 모은 DB금융투자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지난달 DB금융투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주주환원율 40% 이상, 업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회를 목표로 총 주주수익률(TSR)을 높인다고 밝히며 공시 다음 날 전 거래일 대비 21.4% 급등한 주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는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을 충족하지 못해 밸류업 계획 공시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이번 사례로 중소형 증권사의 밸류업 참여 기조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가총액, 당기순이익, BR, ROE 중 단 하나라도 낮은 중소형 증권사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확대해 밸류업 공시를 하더라도 밸류업 지수에 절대 편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래소가 지수 편입 특례요건으로 밸류업 공시 여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지수 편입에 성공한 곳은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뿐이다.
한편, 일각에선 DB금융투자의 밸류업 지수 편입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중소형 증권사가 밸류업 계획 공시에 대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반기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추가 손실위험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사의 수익성 저하는 신용도에 반영 중으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 저하 폭도 큰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의 경우 한때 전체 수수료 수익 중 45% 내외를 차지했던 부동산금융이 2023년 25% 내외로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 수준과 부동산 PF 경기 저하, 부동산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비 종투사의 고위험사업장 중심 부동산금융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