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우수 고객에게 더 비싼 가격 받는 셈”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배달의민족이 최근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에 ‘차등 수수료 안’을 제출했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위 매장들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우수 입점업체들에게 오히려 페널티를 주는 ‘거꾸로 된 해결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의민족이 최근 심화되고 있는 입점업체들의 중개수수료 관련 반발에 ‘차등 수수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제출했다.
해당 상생안은 오는 8일 예정된 상생협의체 6차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업체의 매출별로 최저 2%대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배달의민족은 매출 기준 상위 40% 이상 업체에는 기존과 같은 수수료율 9.8%를 적용하고 40~60%에는 6%, 60~80%에는 5% 등 순차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은 해당 상생안은 논의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7일 <녹색경제신문>에 “차등 수수료 제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다만 타 배달 플랫폼들과 동등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상생안이 채택돼야 의미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점유율 2위인 쿠팡이츠도 차등 수수료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진행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 단체와 쿠팡이츠 측의 비공개 회의에서 관련 상생안이 제안됐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연매출 1억원 미만은 2%,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은 3%,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은 5% 등 총 다섯 단계의 수수료 적용을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쿠팡이츠가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개편안을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배달 플랫폼들의 차등 수수료 도입 논의에 자영업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 플랫폼의 차등 수수료 도입과 관련해 “수수료가 반대로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 “팔면 팔수록 손해 나는 현 시스템과 뭐가 다르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매출이 높은 매장일수록 플랫폼 활용도가 높은 ‘충성고객’인데 오히려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는 “매출을 낮추기 위해 샵인샵(매장 안의 매장)으로 가게를 쪼개는 꼼수를 부리면 되겠다”, “상위 매장 수수료는 그대로 두고 매출이 적어서 배달 플랫폼 수익에 영향 없는 하위 매장 수수료만 내려주겠다는 얘기”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들의 상생안 제안이 입점업체들의 배달 플랫폼 보이콧 기조를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는 10일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 대표들은 배달 플랫폼 관련 단체 행동에 나선다. 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등 5개 브랜드의 가맹점주 협의회 대표들이 배달의민족 ‘주문 거부’를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점주 단체 측은 배달의민족이 새로 도입한 무료 배달 서비스 ‘배민클럽’을 임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탈퇴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